작가의 일상적 삶의 파편을 엮어
시-수필 58편 서예작품에 담아

지천명을 넘긴 문인이 건네는 이야기는 듣기 즐겁다.

어른이 된 뒤 투덜대는 대신 인생에 대한 감사로, 위대한 이념보다는 지난날에 대한 반성으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미덕이 담겨져 있어서일까.

이숙자 문집 ‘작은 들꽃도 아름답다(신아출판사)’에는 문학과 서예에 조예가 깊은 작가의 시와 수필 58편과 서예작품들이 실렸다.

변방에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는 이번 문집은 당대의 상식에 흠뻑 젖지 않은 글들로 잠깐 쉬어가기에 제격이다.

여자, 어머니, 아내, 문인으로써 겪었던 일화부터 삶에 대한 회환 앞으로의 방향 그리고 감사한 마음까지 줄기차게 삶의 파편들을 엮는다.

“나는 가끔씩 서예전을 보러 간다. 그래서 문학과 서예에 대한 나의 꿈을 다진다. 문학과 서예가 내가 바라보고 가야 할 등대가 되는 것이다. 생활에 바쁘지만 메마른 정서에 예술의 기운을 자꾸 불어넣는다면 삶은 잘 성숙하리라고 믿는다. 저녁시간이다. 아침시간보다 날이 밝고 맑아졌다. 건지산 나뭇잎 사이로 늦은 햇살이 아름답다. 펼쳐놓은 화선지 위에도 머물다 지나간다.가뭄에도 퍼 올릴 물이 남아 있으려면 우물을 깊게 파야 한다. 문학과 서예에 더 열심을 내리라, 온종일 묵향에 취했던 우리 부부는 저녁밥상에 매실주 한 잔을 챙겨 들고 행복과 사랑의 건배를 했다. 쨍그랑, 파이팅! (‘황혼을 위한 준비’에서).”

‘황혼을 위한 준비’는 작가의 추억담이자 남은 인생에 대한 다짐이다.

또 그의 시 ‘통곡’은 작가의 연륜과 섬세한 관찰력으로 빚어낸 한편의 이야기다.

빗물이 마냥 흘러내리는 화장터에서 어미 보다 먼저 세상을 뜬 아들을 떠나 보낼 수 없는 절절한 마음을 한편의 시로 이야기한다.

“빗물이 마냥 흘러 내린다/어머니가 흘린 눈물에 비하랴/해바라기 꽃도 고개 떨구고/화장터 옆 호수도 요동친다/연기와 더불어/한 줌의 재가 된/어미의 분신/아들을 향한 통곡을/뒤로 하고/ 아들은 먼 길을 홀로 간다/숯덩이 된 가슴이/재처럼 가벼워질 때 쯤/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마주하게 되리//(‘통곡’ 전문)”.

이렇게 작가의 이야기는 시로 존재하고, 수필로, 서예작품으로 존재해 독자들과 조우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내는 작가만의 감수성은 때론 마음을 아프게도 했다가 기쁘게도 만들고, 희망을 보았다가도 절망을 느끼게 만드는 무한한 매력을 선사한다.

1998년 지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는 첫 수필집을 낸 후 8년 만에 내는 문집이다.

전북문협, 전주문협 회원, 온글문학, 완주문협 회원, 산정 서예 묵지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북 향토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숙자 작가는 머리글을 통해 “바쁜 일상이지만 편안함과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왔다. 이 세상 어떤 일도 우연히 그냥 된 것은 결코 없다.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이 교차된다”며 “내 안에서 열정과 꿈이 함께 했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제는 남은 여생을 어려움과 시련이 닥쳐도 흔들림 없는 풍정파안의 성숙한 모습으로 살 수 있길 염원한다”는 작은 바람을 밝혔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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