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장례식장의 모습은 일회용품의 천국의 모습 그대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제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일회용품 사용량이 가장 많은 장례식장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없다고 본보는 지적했다.

본보는 ‘일회용품 천국된 장례식장’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사회면 톱으로 다뤘다.

이달 초 부친의 장례식을 치른 50대 경찰관 김모씨의 이야기는 장례식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플라스틱 대란을 겪으며 커피숍 등의 플라스틱컵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정작 일회용품을 줄여야 할 곳은 장례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씨.

조문을 마치면 밥과 국, 떡, 과일, 돼지고기 수육, 마른안주 등 10여 종의 음식이 상주의 직장 상조회 마크가 찍힌 일회용기에 담겨 나오고, 조문객이 자리를 뜨면 상조회사 직원은 일회용 국·밥그릇,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접시, 음식물이 섞인 탁자 위 비닐을 통째로 걷어 재활용품 등의 구분 없이 고스란히 대형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일이 반복된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남용 등의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 객실 내 조리·세척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같은 개정안은 유족이 구입해 사용하거나 상조회사가 제공하는 경우라는 예외조항을 만들면서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다.

상조회사측은 보통 상주들이 일회용품을 조달하고, 상조회사에는 장례지도사만 파견하고 있다.

만약 일회용 식기를 쓰지 않는다면 도움을 주는 분들이 추가로 필요해 더 많은 비용이 상주에게 전가된다는 논리다.

상례식장측은 일회용품의 남불을 지적하기도 한다.

상주 대부분이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서 장례 일회용품을 3~4박스씩 중복해 받아 오는데 남는 용품의 상당수가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간다는 것.

남발하는 회사 상조 장례물품 통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례식장, 상조회사 등에서 여러 이유로 일회용품을 당연시하고 있지만 1980년대만 해도 집에서 그릇을 씻어가며 조문객을 맞이했던 게 사실이다.

강력한 규제가 이뤄진다면 장례문화가 환경훼손의 주범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것이다.

장례식장에서도 일반 커피전문점과 마찬가지로 다회용 컵 사용 등 일회용품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여지들이 충분하다.

이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불편을 감수할 자세만 있으면 된다.

이는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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