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 논의가 새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 술값 시비 후 고의로 주점에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하고 28명을 다치게 한 선원 이모(55) 씨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불거졌다.

판시 내용 중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 도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내용이 언급되며 지역사회 의제로 대두된 것.

당시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1형사부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기보다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 평생을 뉘우치고 속죄하면서 살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현행 사형제와 종신형에 대해 짧게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 수긍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20년 이상 집행이 없어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앞으로도 집행의 현실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인륜 범죄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간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 도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명약관화한 입장을 최대한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은 아닌가 싶다.

‘사형’이라는 제도를 통해 죽어 마땅한 인간에게 현재 대한민국의 법으로 죄를 물을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이 무기징역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 속에서 재판부가 유족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진심어린 말이 어쩌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발언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뒤 이후 20년 넘게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 기준에 따라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61명으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에 지속해서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사형제 대체형벌로 종신형을 대안으로 하자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가석방 가능성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과 가석방이 허용되는 상대적 종신형.

위헌 소지 논란 속에서 오늘도 종신형제는 살인자도 인간이라고 죽은 자들의, 유족들의 한 맺힌 생명의 가치 위에 군림하는 씁쓸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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