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숙 시인 '붉은 꽃 지고' 출간 5-7-5 3구
17자 일본 특유 단시로 4계절 99편 작품 실어

박성숙 시인의 하이쿠 선집 ‘붉은 꽃 지고’가 출간됐다.

하이쿠는 일본 고유의 단시형문학으로 국내에 많이 보급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제2차 대전 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하이쿠의 번역서 또는 해설서가 꾸준하 간행되고 있으며, 지금은 자국의 언어로 하이쿠를 지어 즐겨 읽는 나라도 생겨났다.

하이쿠는 5, 7, 5의 3구 17자로 된 일본 특유의 단시로 짧지만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담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박성숙 시인이 형상해 낸 하이쿠 시형은 우리 민족의 고유문학 장르인 시조와 유사한 점이 많은 동시에 상이한 점도 여러 가지 감지되고 있다.

유사한 점은 음운의 절묘한 구성으로 음악성을 높였고, 시의 삼요소인 음악적 요소, 의미적 요소, 회화적 요소가 함께 융합하고 있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하이쿠는 형식을 중요시하는 정형시이면서 계절의 풍광을 자아내는 계절의 언어를 내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네 시조가 시절가조의 준말 즉 절후에 따른 노래에서 유래한 점과 같아 그 태생적 발원의 유사함으로 나란히 견줄 수 있다.

특히 향가나 경기체가, 가사나 고려속요를 비롯한 고대 시가 장르가 현대에 소멸된 상황에서 변용된 장르들의 등장은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잇는 문학적 성과로 볼 수 있다.

박성숙 시인의 하이쿠 선집은 팔순을 넘긴 인생과 자연관이 17자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인은 일찌감치 하이쿠를 접했다.

한국전쟁으로 서울에서 전주로 피난 온 시인은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하이쿠와 인연을 시작했다.

하이쿠는 대학 학부시절 처음 접했고 당시 습작했던 하이쿠 작품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이번 선집을 내기 위해 시인은 당시 학창시절 작품을 꺼내 다시 읽고 손질했으며, 새로운 작품 여러 편도 함께 담아냈다.

책은 봄 22편, 여름 30편, 가을 23편, 겨울 24편 등 모두 99편의 작품을 4부로 나누어 실었다.

소재호 시인은 평론을 통해 “박성숙 시인은 수필의 진수를 빚는 수필가이자 운필의 최상의 경지에 오른 문사이며, 시 창작에서도 젊은 엘리트의 자질을 넘어 선 시인이다”며 “정식으로 하이쿠 창작 시인이 돼 한 권의 시집을 묶어내는 것은 다음 세기로 넘어가는 문화융성의 전기를 맞이함에 선구자적 공헌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김영 시인은 “이번 선집의 작품 곳곳에서 우리는 작가의 온화한 성품과 넓은 도량과 깊은 신심을 만날 수 있다”며 “작품집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잘 여며진 그의 감성에 젖게 된다. 함부로 넘치지 않는 시인의 삶에 고개 숙이게 된다”고 밝혔다.

서울 출생으로 경기여중 5학년 때 한국전쟁으로 전주에 피난왔다.

이후 전주여고와 교토불교대학을 졸업했고, 1969년 유네스코주부백일장 입선, 1991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이후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곡문학상, 해양수산부장관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저서로는 수필집, 에세이, 시집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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