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친숙한 것은 ‘이웃마을에 놀러가는 것’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놀다’라는 의미를 넘어서 지역의 문화적 소산이자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해 왔다.

도시의 경우 신도시가 구도심의 쇠퇴를 담보로 하는 반면 마을은 인구감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천년을 유지해왔다.

바로 ‘마실’의 힘이다.

이제 ‘마실’은 어떻게 가꾸고 키워나가느냐에 따라 하나의 문화이자 지역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지자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2월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북의 경우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65.6%로 2016년보다 3.4% 증가하였으나, 전국 평균에 비해 열악한 실정이다.

영화의 비중이 75.8%로 압도적으로 높고, 지역규모별로 보면 대도시(85.2%)나 중소도시(82.1%)에 비해 읍면지역(71.7%)의 관람률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 낮은 이유는 문화를 향유할 여유가 많지 않거나 대도시 지역보다 미술관 등 문화기반시설이 적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도내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군 지역의 문화기반시설은 시 지역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문화기반시설 부족에 대한 방안으로 최근 유휴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논의와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북에서도 산업시설 등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계적인 트랜드인 재생건축을 반영, 공간에 디자인을 입힌 전주 팔복예술공장은 카세트 테이프 폐공장을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우수사례로 꼽히며 그 외에도 완주 책마을문화센터, 남원 아트센터 등이 있다.

 전북도는 문화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지역 내 유휴시설을 활용하여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는 ‘문화마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에게  전시 및 공연 등을 선보일 수 있는 창작 공간을 조성해주고 지역민들은 주변 문화시설에서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나아가 지역 예술인들과 지역민들이 사회적 담론을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어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생활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문화마실 사업의 성공을 위한 핵심 축은 지역 예술인들의 복지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년예술인의 월 평균 소득은 81만3천원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자 중 30%에 가까운 예술인이 3개월 이상 투약 혹은 투병 중이라고 한다.

원로예술인은 식비, 주거비, 의료비 순으로, 청년 예술인은 식비, 교통통신비, 주거비 순으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도내 많은 예술인들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부업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며 예술 활동을 어렵사리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예술인들에게 필요한 복지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경제적 지원과 함께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보장하고 공정한 예술시장을 구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전라북도에서는 2018년부터 예술인복지증진센터를 운영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기본적인 생활여건 개선과 창작 활동 등 예술활동 전반에 걸친 복지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공동체 조성, 예술인 복지 증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문화마실’ 사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도민들의 문화향유 증진을 위해 이 사업과 연계한 후속 사업들을 논의 중이다.

이제 ‘마실’이 ‘이웃에 놀러가는’을 넘어서 일상 속에 생활문화가 스며드는 정책을 통해 전라북도가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윤동욱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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