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순경, 군산 법원에서 한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으로 필자를 선정하겠다는 통지가 왔었다.

죄명은 ‘과실치상’이었고, 기소된 내용을 보니 피고인이 자신이 기르는 개와 산책을 하기 위해 학교 운동장을 돌다가, 목줄을 놓쳐 개가 갑자기 달려가 운동을 하던 다른 아주머니의 종아리를 물었던 것이다.

이러한 피고인의 과실로 인해 피해자 아주머니는 전치 10주 정도의 상당한 상해를 입었던 것이었다.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개를 풀어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은 ‘과실’이었기 때문에 그 비난의 정도는 의도적인 범죄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26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실치상죄’의 경우도 ‘벌금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만 처하도록 하고 있지 징역형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이 법정형이 낮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경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과실치상죄’의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을 때에는 처벌받지 않게 되는 사건이기까지 하다.

필자는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피해자 측을 잘 설득하여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고, 결국 이 사건은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 잘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이 사건 변호를 하면서 한편으론 갑자기 달려드는 개에게 물려 전치 10주의 심한 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순간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반려견을 좋아하는 필자의 경우에도 작년에 사무실에서 퇴근하던 중 갑자기 달려들어 위협하는, 목줄이 없는 중형견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분노가 생각나 이 사건의 무게가 이 정도로 가벼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직접 의도한바 없이 개가 제멋대로 벌인 일이지만, 반대편의 입장에서는 극도의 두려움과 고통의 순간이었던 결코 가볍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러한 피해자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물보호법’ 개정이 있었고, 2019년 3월 2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견주가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는 등의 안전관리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람이 상해를 입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짓고 있다.

또 반려견의 소유자의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명문화해 이를 위반하는 경우 기존의 형법상 ‘과실치상’죄보다 훨씬 무거운 형벌을 선고할 수 있도록 개정해 견주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맹견을 기르는 경우 소유자에게 매 해마다 3시간의 교육을 받도록 하고, 맹견은 소유자 없이 기르는 곳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등의 장소에 맹견이 출입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해, 사람에게 위해가 될 수도 있는 맹견을 기르는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의무사항을 부과했다.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개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목줄이 묶여있지 않은 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개나 이빨을 드러내고 다니는 맹견을 마주할 할 걱정이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개에 물려 상해를 입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매우 바람직한 법률개정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들어 반려견에 대한 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짐과 동시에, 한편으론 반려견 소유자들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양 측간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서로 간에 발생할 분쟁의 불씨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과 같이, 국민들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여러 법률들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개정이 이뤄져 좀 더 나은 사회질서가 형성돼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장웅주 변호사(변호사 최정원‧장웅주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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