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八八)의 노래' 고하 최승범 시인

인간의 원초적 욕망 먹거리
아내에 대한 끔찍한 사랑 녹아내

고하 최승범 원로시인은 미수를 기념한 단시집 ‘팔팔(八八)의 노래’를 발간했다.

평생 교단과 문단에서 활동하며 반세기 동안 전북대에서 제자 양성이 힘써왔다.

60여년 동안 글을 쓰고 책을 내며 현재까지 출간도서가 50여권에 달한다.

소문난 전주 먹거리를 읊은 시편이 일본에서 번역되기도 했다.

음식뿐 아니라 한국의 빛깔과 소리를 천착한 저술을 남겼다.

조선의 청백리를 기리는 저서도 여러 권 썼다.

수필가로도 일가를 이뤘다.

한국에서 최초로 수필이론서를 출간하였다.

1969년에 창간한 ‘전북문학’은 2019년 현재까지도 속간되고 있다.

고하 시백은 한국근대시인 100인으로 선출된 바 있고 민족문학상, 제1회 한국시조대상과 만해문예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팔팔의 노래’는 고하 시백의 13번째 시집이다.

시조는 고하 선생이 일생을 두고 짓고 연구한 시가로 시조시의 정수인 단시조(평시조) 형식을 취하고 있다.

八八에 읊는 노래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인 먹거리를 새삼스럽게 노래하고 일생동안 고락을 같이 한 안해를 끔직하게 생각하는 상념이 녹아 있다.

누구나 노년이 되면 인간만사 단시조처럼 짧아지고 단순해진다.

먹는 일이 중대사가 되고 곁에 있는 영원한 동반자인 안해를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이번 시집은 상다리 휘어질 듯한 밥상처럼 전라도의 구수한 냄새가 한 가득이다.

‘한약 내 풍기는 젓갈은 혀에도 쑥 얹혀드는 전어속젓’을 비롯해 ‘금방 기름 둘러 튀겨 낸 추어튀김’이 그렇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파 고사리 살코기 양념해 솥전 굴려 말린 고차 하나 부벼 넣은 육개장’과 ‘잘칵하게 잘 지은 조밥’은 그야말로 단맛이며 군침이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향한 사랑도 물씬하다.

내자의 병원길 찾는 길에 찾아온 까치 덕분에 발목이 가볍기도 하다.

하지만 이마에 손 얹어 묻는 체감에 아무 대답 없는 아내를 바라보는 노시인의 아픈 심정도 느껴진다.

김진악 교수는 “시조 가운데 단시조는 시조시의 정수다. 팔팔에 읊는 노래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인 먹거리를 노래하고 일생동안 고락을 같이 한 아내를 생각하는 끔직한 상념이 녹아 있다”며 “누구나 노년이 되면 인간만사 단시조처럼 짧아지고 단순해진다. 부디 노익장하고 문운이 장대해 고하 백세 기념문집을 간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북 남원 사매면 서도리에서 태어난 고하 최승범 시백은 1958년 현대문학 시조시 ‘설경’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80년 전북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5년 전북대 인문과학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시집 ‘난 앞에서’, ‘자연의 독백’, ‘발해의 숨결을 찾아서’, ‘신전라박물지’ 등을 포함해 ‘한국수필문학연구’, ‘남원의 향기’, ‘시조에세이’ 등 수많은 시집과 저서를 발간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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