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을 하다 보니 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억울해 찾아오는 의뢰인들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가해자를 처벌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편취당한 돈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당장 어떻게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는지?의 질문에 변호사로서 명쾌한 답변을 내놓고 싶지만,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최소한 수개월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서 재빠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또한 치밀한 범행을 계획한 사기꾼들의 경우에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강제집행을 통해 돈을 받아내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아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이렇듯 강제집행을 통해 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의뢰인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 줄테니 소송비용을 지출하라고 제안하기도 조심스럽다.

이러한 고민 끝에 결국 대부분 의뢰인들에게 ‘형사 고소’를 먼저 제안을 하고, 고소 후에 가해자가 수사와 처벌의 두려움에 합의를 보러 올까 하는 기대를 하여 보자는 말을 꺼내게 된다.

그러면 의뢰인들 중 일부는 “고소를 하고도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못 받으면 다시 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니까 이중으로 고생하는 것은 아닌지?”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형사배상명령’이라는 제도를 얘기하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답변을 해준다.

형사배상명령 제도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범죄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재판 절차에서 간단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보통 민사소송의 경우 시간, 비용, 노력이 많이 드는 반면, 형사배상명령 제도를 이용하면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된다.

보통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하려면 가해자의 ‘사기범행’에 대한 증거를 직접 확보해야 하고, 소송을 제기한 이 후 재판부에 증거를 제출하면서 사기범행을 ‘입증’해야 하며, 상대방의 반박이 있을 경우 수 차례에 걸친 서면 공방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형사 고소를 먼저 하게 되면, 수사기관에서 사기범행의 증거를 대부분 수집해 혐의를 밝혀주기 때문에 다만 수사 과정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는 있다.

특별히 사기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가해자가 기소가 돼 형사재판을 받게 되면, 최종적으로 형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해자 측에서 먼저 합의금을 마련해 오는 경우가 있어 손쉽게 피해를 회복하게 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도, 재판 과정에서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민사소송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또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일정 비용을 납부해야 하지만,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할 때에는 법원에 비용을 따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다만, 모든 범죄 피해에 있어서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상해, 폭행, 과실치상, 강간, 강제추행, 사기, 공갈, 횡령, 배임, 손괴 등 특정 범죄에 한정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어야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지 여부를 사전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형사배상명령’제도는 범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복잡한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간소한 방법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매우 바람직한 제도이다.

그러나 많은 범죄피해자들은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어 오랜 기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매우 안타깝다.

이 글을 통해 앞으로 많은 범죄피해자들이 형사배상명령제도를 적극 활용해 범죄 피해로 인한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장웅주 변호사(변호사 최정원‧장웅주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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