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상담센터 이용자 8.6%
청소년··· 인터넷 발달 탓
절도등 2차범죄로 이어져
심각성 인지 교육 나서야

도내 한 고등학교 재학생 A군(17)의 학교생활은 2년전 시작한 불법 온라인 도박 스포츠토토와 바카라로 인해 엉망이 됐다.

하룻밤에 수십여 만원을 딴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돈을 잃었고 거금 700여만원을 탕진했다.

결국 도박자금을 마련하고자 급기야 사기행각까지 벌이기도 했다.

A군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돈을 챙긴 사실이 구매자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돼 조사를 받았다.

A군은 중학교때 친구들이 도박을 통해 옷, 신발, 전자기기 등을 구매하는 것을 보고 도박을 시작하게 됐다.

A군에 따르면 당시 이 학교에서 10명 중 1~2명 도박을 하고 있었고 고등학교에 진학을 한 후에는 10명 중 3~4명이 도박에 빠져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들 간에 돈을 1~2만원씩 모아서 배팅을 했으나 점차 개인적으로 사이트에 가입, 여러 개의 사이트를 동시에 이용했다.

A군은 도박으로 손실이 생겨나면서 본전에 대한 생각으로 가족들의 돈을 몰래 훔쳐서 도박을 하게 되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까지 도박을 하게 됐다.

도내 청소년들의 도박문제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도박문제관리 전북센터가 분석한 도내 도박 상담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 개소 이후 전북센터를 이용한 전체 상담대상자의 8.6%가 19세 이하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자 10명 가운데 1명 정도가 10대 청소년이고 이들 가운데 16세 6.7%, 17세 11%, 18세 42.2%, 19세 40%로 집계됐다.

이들 상담자 중 대다수가 중·고교 때 도박을 시작한 10·20대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불법도박이 점차 저연령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같은 청소년의 도박문제는 재정적 문제 외에도 학업능률의 저하, 가족을 포함한 대인관계의 갈등은 물론 도박자금 마련을 위한 절도·사기·폭력 등과 같은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불법도박을 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핸드폰번호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쉽게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을 할 수 있는 구조도 문제로 드러났다.

불법도박 사이트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자체가 어려운데다 처벌이 경미한 탓에 ‘불법도박은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 전북센터 관계자는 “도박은 알콜이나 마약과는 달리 주변에서 중독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없고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 도박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법도박 사이트 등에 대한 차단 및 강력한 제재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한 예방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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