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략)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앞 구절이다.

시가 함유하고 있는 의미는 학창시절 충분히 배운 바 있지만 칠월하면 늘 생각나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청포도의 싱그러움이 칠월과 어울려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농촌은 그다지 풍족하지 않았다. 도시락은 꽁보리밥에 김칫국물이 늘 스며 있었고, 지금은 그 흔한 계란 후라이도 소풍날이어야 양은 도시락 위에 한 장 올려지던 시절에 7km 넘는 길을 매일 등하교 해야 했던 소년의 배는 늘 고팠다. 

하굣길 산 모퉁이를 돌면 뽕나무 밭이 있었다. 당시 고향에는 누에를 치는 농가가 많아서 어디를 가든 뽕밭이 제법 있었다.

이맘때 쯤이면 뽕나무 열매인 ‘오도개(오디)’가 탐스럽게 열려 그 맛의 유혹은 밭주인에게 들켜 뽕잎을 따다 누에를 먹여야 하는 수고로움을 잊게 한다.

도시락 하나 가득 오디 열매를 따서 한움큼씩 쥐어 먹던 달콤함이라니...지금은 누에를 치기보다 열매를 얻기 위해 뽕나무를 재배하고 있고, 올해는 모든 열매작물들이 풍년이라고 한다.

오디가 당뇨에도 좋고 여러 가지로 건강에 유익하다니 달콤한 오디향에 한번 빠져 봄직도 하다.  

그래도 방학은 항상 즐거웠고 행복했다.

비록 뙤약볕에서 소 풀을 뜯기고, 논에 막 올라오는 벼이삭을 탐내는 참새떼를 쫓는 것이 일상이긴 했지만 온종일 계곡에서 멱을 감고, 산가재를 잡아 구워먹던 추억은 지금도 구수한 내음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산에 가도 가재 보기가 힘든데, 그때는 야산 얕은 계곡 어디에도 시커먼 알을 품을 가재들이 많았다.

불에 구우면 붉어지는 가재 알. 입안에서 톡톡 터지던 그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개울에는 피리들이 많아서 고기몰이 몇 번이면 짚불에 구워먹을 만한 고기들이 많이 잡히기도 했다. 

개울에서 하루종일 멱을 감아도 왜 그렇게 신나고 즐거웠는지 몸둥이는 시커멓게 그을리고 깡말랐어도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지내온 것 같다. 돌이켜보면 바탕에 깔린 촌놈 체력이 있어 여지껏 무탈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도 해 본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자연인’ 프로그램을 종종 보고는 하는데 사실은 예전에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농협에서는 “팜스테이(Farm Stay)”라는 농촌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팜스테이는 농가에서 숙식하면서 농사·생활·문화체험과 마을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농촌·문화·관광’이 결합된 농촌체험 여행 프로그램이다.

과거 유명 관광지에서 복잡하고 경비지출이 많은 관광유람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가족단위 체험 관광 및 레크레이션에 참여하는 복합적인 관광으로 변화되는 추세에 부합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기도 하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우리 농업과 농촌문화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체험을 통해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고 본다.

필자도 1년에 한번 정도는 아이들과 함께 팜스테이 마을을 방문하곤 하는데 숙박시설도 비교적 잘 되어 있고, 감자캐기·옥수수 따기·물고기 잡기 등을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데 그 옛날의 추억도 덤으로 따라온다. 팜스테이 마을은 전국에 300여개가운영중이니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체험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만 본다고 야단칠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와 체험을 올여름 온가족이 함께 해 보는 것도 이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요즘 별빛이 쏟아지는 여름 밤하늘 아래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어 보는 것 만으로도 가족의 정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동조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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