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래선생 1916년 5~8월 전주생활 일기
극장공연-군사령관출영식 등 시대상반영

제1회 전주 관련 기록물 수집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고 이상래 선생의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됐다.

책 ‘일기 속의 100년 전 전주이야기’(신아출판사)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스무 살 청년의 눈에 비친 전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 이상래 선생은 진안 주천면에서 사립 진안화동학교를 졸업하고 전주농업학교에 진학한 1916년 5월부터 8월까지의 일기로, 학교생활과 휴일이면 친구들과 전주 시내를 구경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기록했다.

생애 처음 자전거 경기를 보고 마치 하늘이 나는 새와 같다고 표현한 일기에는 전주 시내 한복판을 가로질러 철로 위를 달리는 경편철도의 협궤열차, 사월 초파일의 관등놀이 등 현재 사람들이 알 리 없는 100여 년 전 전주 풍경이 갱지에 묶어 쓴 빛바랜 일기장에 반득한 필치로 담겨져 있다.

책은 고 이상래 선생의 일기와 함께 이상래 선생의 장남 이용우씨가 번역 및 자세한 해설을 담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일기는 1916년 5월 6일 전주농업학교 입학 후 첫 소풍을 가기로 한 날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그 날은 비가 내려 소풍을 가지 못하고 대신 오후에 교우회 모임과 유행가를 듣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주에 와서 처음으로 구성진 유행가를 들었던 일기 속 주인공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증이 드는 대목이다.

다음날인 일요일엔 학교에 가지 않고 동창생끼리 모여 다가정 운동회를 관람했다는 내용이 수록됐다.

또 팔당정에서 전주좌대성단일행신파연극장에서 공연을 3시간 관람했으며, 비상한 관심사가 느껴졌음을 피력하고 있다.

그동안 시골에서 신문학을 배웠다 해도 전주에서 이런 연극을 처음으로 보고나니 그 황홀함이 잊혀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5월 15일 월요일에는 오후에 정구군 사령장관 출영식에 갔다는 내용도 볼 수 있다.

당시는 군국주의시대라 학생들이 군사령관 출영식에 참석해 환영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지금으로선 믿기지 않은 일이지만 당시로선 당연한 일로 여기는 일일테다.

5월 21일에는 동창생과 함께 덕진지(덕진연못)에 가서 전주구락부 주관 운동회를 구경했으며, 이곳은 전주 북문 밖 10리에 해당되는 곳으로 경편철도정거장이 있다고 기술돼 있다.

경편철도는 전주와 이를 연결하는 1914년 11월 개통된 노폭이 좁은 사설 철도다.

중간역은 현재와 같이 전주역에서 덕진, 동산, 삼례, 대장, 동이리까지 현 노선과 같다.

군산개항사에 의하면 1914년 2월 강경역에서 이리역까지 개통하고 동시에 이리에서 군산까지 개통했다.

이로서 전주 부민들은 서둘러 국내 최초 사설철도인 전북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곧바로 공사에 착수해 11월 개통하게 된다.

하지만 전라성 개통을 위해 경편철도는 1927년 폐지하게 된다.

13년 간 협궤로 충분하지 않았지만 전주와 이리 양 지역의 교통운수에 많은 공헌을 했고, 영업성적도 우수해 회사로서 적잖은 이윤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책은 비단 한 사람의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과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책은 원고지로 쓴 일기 원본과 해석본도 함께 수록해 당시의 문학적 표현까지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가능하다.

장남 이용우씨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면서도 방과 후엔 산보를 즐기던 선친의 푸른 꿈과 희망에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이야기를 보태며 거듭 전달해주는 바람으로 책을 펴낸다”고 밝혔다.

막내 이용미씨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아버지의 풋풋한 청춘, 뭉클하면서도 생경하게 다가와 비밀처럼 자리하던 아버지 일기가 책이 됐다”며 “일기가 사실임을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과 출판에 애를 쓰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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