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성당 미사를 다녀왔다.

종교인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신앙생활이어서 조용히, 가끔씩 다녀올 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신부님의 강론, 교회로 치면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귀에 들어왔다.

그 뜻을 해석하고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어렴풋하게나마 그 의미가 그런 뜻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회에서는 누가복음, 성당에서는 루카복음이라고 하는데 12장49절부터 이런 말이 나온다.

“내(예수)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다. 이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 나는 받을 세례가 있으니 그 이루기까지 나의 답답함이 어떠하겠느냐.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려고 온 줄로 아느냐, 아니다. 도리어 분쟁케 하려 함이다. 이 후부터 한 집에 다섯 사람이 있어 분쟁하되 셋이 둘과, 둘이 셋이,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분쟁하리라.”

마태오복음(교회의 마태복음) 10장34절부터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예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검(칼)을 주러 왔다. 아들이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불화하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원수가 되리라.” 

평화 또는 화평의 상징인 예수 그리스도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서로 화목하게 지내라고 권하는 게 당연한데, 화평이 아니라 오히려 칼을 주러 왔다니? 가족 간에 분쟁하게 하러 왔다니?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데 그 다음 구절을 쭉 읽어보면 이런 내용이다.

“아버지나 어머니, 아들,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하지 않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않다.”

성서의 말을 해석해 보면 결국 영원한 생명, 즉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신앙에 전념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신앙을 위해선 한 가족이지만 부모, 자식 간에도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한 가족 안에도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는 물론 이슬람교 그리고 기타 수많은 군소 종교 속에 이견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이르기 위해선 모든 것을 버리거나 아니면 가족까지 모두 이해시켜야 한다는 이런 뜻인 거 같다.

역설인 셈이다.

일반 소시민들이 이 같이 깊은 뜻을 이해하거나 또는 현실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 만큼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지금 이 순간, 무엇 때문에 분열하고 있는 지 되돌아보고 다시 한번 미래를 내다 볼 필요가 있다.

신앙과 현실은 엄청난 차이, 괴리가 있겠지만 감히 성서의 이 말씀을 정치에 적용해 본다.

 최근 민주평화당은 심각한 내홍 속에 결국 분당됐다.

정동영 대표의 ‘당권파’와 유성엽, 박지원 의원 등 비당권파의 ‘대안정치연대’가 서로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양 쪽이  갈라선 이후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청년, 여성, 소상공인 등과 함께 재창당의 의지로 나가겠다”고 말한다.

대안정치 유성엽 대표는 “거대 여야 정당이 있지만 제3지대에서 확고히 자리잡아 민생정치를 이끌겠다”고 강조한다.

한솥밥을 먹던 이들에게 ‘누군가’ 검을 던져줬고 이들은 결국 갈라섰다.

검을 준 이유는 더 큰 미래를 보라는 뜻일 것이다.

화평이 아닌 검.

전북과 호남과 한국정치를 위해 정동영, 유성엽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일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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