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 시작-끝 흔적 따라 도보 확인
동학농민군의 꿈 현대인에 희망 전달

동학농민혁명 전적지를 돌아보며 농민군이 탐관오리에 맞서고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자취를 기록한 책이 발간됐다.

문학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 답사기’는 땅이 나의 스승이요, 나의 몸이란 저자의 신념이 이번에도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번 답사는 싸움의 승리를 기억하기 위한 전적지 답사가 아니라 싸움의 정신을 기억하기 위한 답사요, 역사의 기록서이다.

농민군의 발자취마다 남은 기쁨의 환호성과 감격의 눈물을 빼놓지 않고 기록하여, 곧 세월과 함께 사라질 역사를 현재에 복원하고자 했다.

동학은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 꽃을 피운 곳은 전라도였다.

이후 충청도, 강원도, 황해도까지 훨훨 타오르다가 역사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저자는 그 흔적을 찾아 부단히 떠나고 부단히 돌아다녔다.

남에서 북으로, 해지는 서에서 해 뜨는 동으로, 찾아 헤맨 길만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접혀지기도 했다.

저자는 묻고 또 물었다.

120년 전 동학농민군이 꿈꾸었던 사람이 한울인 세상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우리가 그 땅을 걸으며 기억하고 다짐하고 지켜야 할 마음과 생각은 무엇인가?

저자는 농학농민혁명의 봉화를 올린 정읍 고부 두승산을 시작으로 녹두장군이 태어난 고창 당촌마을 뒷산, 전봉준의 태몽 설화를 간직한 소요산, 황토현 승전을 낳은 무장기포의 목격자인 고창 문수산, 영광에 무혈 입성한 동학농민군의 남진을 지켜본 영광의 진산, 녹두장군과 나주목사의 담판이 진행됐던 나주의 진산, 동학농민혁명의 처음과 마지막을 바라 본 완주 모악산, 호남좌도를 호령했던 혁명가 김개남의 산인 남원 교룡산, 동학농민군의 2차 기병을 바라본 완주 서방산, 동학농민군의 한양 진격을 물끄러미 응원했던 여산 천호산, 동학농민군의 죽음과 부활을 알리는 공주 주미산, 동학농민군의 섬진강 싸움을 바라본 지리산 형제봉 등에서 자신이 던진 질문의 답을 얻고자 했다.

외세에 맞서 구국의 깃발을 든 동학농민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마다 새겨진 이름들은 세월의 풍상에 씻겨 스러져가지만 우리는 사람을 섬기고 모시러 이 세상에 왔다는 한울정신은 지금껏 민족정신으로 면면히 이어져왔다.

숱한 파란과 위기에서도 우리 민족이 꿋꿋이 버텨온 것도 그런 사상이 피에서 피로 전해진 덕분이었을 것이다.

혁명 이후 두 번째로 맞는 갑오년에 동학농민혁명의 참뜻을 돌아봄으로써 삶의 지침, 마음의 빛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한 가지 대안, 한줄기 희망을 전해준다 저자는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해 국내 5대 강과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곳의 산을 올랐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 바닷길을 걸은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장거리 도보답사 길을 제안해 ‘해파랑길’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2010년 9월에는 관광의 날을 맞아 소백산자락길, 변산마실길, 전주 천년고도 옛길 등을 만든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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