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집 내놔도 거래안돼
전세 쉽지않고 집값 떨어져
집 비워두고 이사-U턴도

전주시내 신도시의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구도심 일부 입주예정자들이 ‘패닉 아닌 패닉’에 빠져들어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은 입주예정자들의 살던 집이 매매거래 실종으로 팔리지 않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팔리지 않는 아파트에 전세를 내주거나 전세마저 어렵게 되자 살던 집을 비워놓고 이사하는 기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새 아파트를 잡히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입주예정자들의 경우 밀려드는 대출금 상환 부담에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전주시 효자동 일대 효천지구는 지난해 말부터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주로 서부권인 완산구 삼천ㆍ효자ㆍ평화ㆍ중화산동 주민을 비롯해 드물지만 교통 편리성을 감안한 김제ㆍ정읍ㆍ군산ㆍ부안지역 주민들이 새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주민들의 ‘새집 살이’에 대한 욕구와 기존에 살던 집의 매도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효천지구 W아파트 1차를 분양 받은 A모씨(52)는 요즘 깊은 상실감에 빠져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3억원대의 84㎡(34평형) 아파트를 분양 받아 놓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삼천동의 H아파트가 수개월째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살고 있는 H아파트 78㎡(32평형)는 리모델링을 해놓은 상태로 2억3천만원 정도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1억9천만원까지 가격을 내려놓아도 팔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 아파트에 담보대출 부담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A씨는 살던 집을 매매가 아닌 전세로 내놓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나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으면 새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최근 들어 A씨는 아파트가 전세로 나가지 않을 경우 조만 간에 살던 아파트를 비워두고라도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기로 다시 계획을 짰다.

주변의 또 다른 임대분양아파트인 H아파트도 5층 기준 84㎡(34평형)가 1억9천만원~2억원까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매매가 거의 없는 상태다.

A씨는 “저기 삼천 건너 보이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집이 팔리지 않아 속을 끓이고 있다”며 “살던 집은 가격을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있고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는 담보대출 때문에 금전적으로 엄청난 곤란을 겪고 있다”며 신세를 한탄했다.

또 다른 신도시가 들어선 덕진구 송천동 에코시티는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대부분 입주를 마친 상태다.

올해 2~4월 사이 입주한 D아파트 7ㆍ12블록을 비롯해, 같은 시기에 입주한 K아파트, 3~5월 사이 입주한 D아파트 3차 등 대부분이 90% 이상 양호한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입주 대란이 종료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입주를 미루고 있는 주민들의 상황은 효천지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주민들은 에코시티 새 아파트를 팔거나 전세를 내놓고 다시 살던 집으로 되돌아가는 ‘U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주 효천지구 아파트 인근 I공인중개사 최모 대표는 “효천지구로 이사를 맘먹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삼천동 주변 대부분 아파트 입주민들의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전세를 내놓거나 전세도 어려운 사람들은 빈집으로 남겨둔 채 효천지구로 이사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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