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민속국악원 9일부터
'대한민국 판놀음' 개최
개막 '변강쇠 점찍고 옹녀'
매주 수토 '별별창극' 펼쳐
지역일자리 경제발전 기여
도립국악원 만세배더늠전
전주문화재단 해외순회공연
한국 문화-예술 널리 알려

전북이 창극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서울 중심으로 진행됐던 주 무대가 전북으로 옮기고 있는 모양새다.

창극은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종합예술이다.

판소리가 창극으로 변화된 경과를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지만 1900년대 초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창극은 일제 강점기 시절, 서울의 광무대, 장안사, 단성사 등을 중심으로 공연이 진행됐고, 1910년 후반에는 경성구파배우조합 등이 창극공연단체로 활동하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대한국악원의 산하 단체로 활동했고 해방기에는 국극사, 국극협회, 조선창극단, 김연수창극단 같은 단체들이 활동했고, 이후 1962년 만들어졌던 국립국극단이 1973년 국립창극단으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본격 창극 시대를 열었다.

이후 창극은 중앙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전북에는 1988년 전북도립국악원을 비롯해 이후 남원민속국악원, 정읍사예술단, 전주시립예술단 등이 만들어지면 창극의 명맥을 잇고 창극의 재정비를 꾀하고 있다.

변방의 색깔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전북의 창극이 최근 들어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창극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남원민속국악원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이달 9일부터 30일까지 ‘대한민국 판놀음’을 개최한다.

‘창극, 오늘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9일 오후 3시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로 개막을 알리며, 매주 수, 토요일 오후 7시에 열리는 대표 프로그램인 ‘별별창극’에서는 11일 전북도립국악원 ‘만세배 더늠전’, 12일 소리꽃가객단 ‘적벽에 불 지르다’, 16일 남원시립국악단 ‘오늘이 오늘이소서’, 19일 전주마당창극 ‘진짜진짜 옹고집’, 23일 국립국악원 ‘꿈인 듯 취한 듯’, 26일 정읍시립국악단 ‘정읍 사는 착한 여인’의 공연이 이어진다.

12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반 야외 놀이마당에서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별별연희’가 펼쳐진다.

12일 연희공방 음마깽깽 ‘꼭두, 80일간의 세계일주’, 19일 전주마당창극 ‘별주부가 떴다’, 26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경기웃다리풍물’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16일과 23일 오후 3시에는 창극의 전성기를 종횡무진 누빈 전설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콘서트 옛설(藝設)이 국악원 예음헌에서 열린다.

남원민속국악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작품성 있는 다양한 소리극과 민속악 명인들의 공연을 진행하고 창극에 대한 대국민 관심 증대 및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문화예술, 전통문화, 한류 등 문화특화지역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역 문화콘텐츠 확충을 통한 관광자원 고부가가치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중국의 북경올림픽 총연출자인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왕차오거, 판위와 함께 공동연출한 ‘인상서호’는 서호의 자연풍광을 세트로 다양한 첨단과학기술수단으로 무대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400여 명의 출연자는 인근 3개 지역 주민들로 구성돼, 하나의 공연작품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 및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이 작품의 경제적 수입은 2012년 기준 7000만 위안(한화 120억원)에 달하고 전체 관람객의 45%가 외국인 관광객이다.

또 항주의 대표적 공연상품인 ‘송성천고정’은 남송 수도인 항주의 역사와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대형 가무극으로 다양한 춤과 기예, 화려한 LED 조명효과, 화려한 의상, 대형 군무 장면, 웅장한 무대장치, 300여 명의 출연자 규모로 관객을 압도하고 있다.

공연장 규모는 3,000석, 매일 3회 공연, 관람료는 120~160위안(한화 2만2,000원)이며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들려야 할 필수코스다.

전북도립국악원도 빼놓을 수 없다.

도립국악원은 해마다 창극을 올리고 있는데 올해 제작한 ‘만세배 더늠전’이 유독 주목을 받고 있다.

창극의 새로운 방향 제시와 함께 그동안 농익은 국악원 창극단원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창극의 새로움을 표방하는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뮤지컬 등 타 장르의 요소를 삽입하거나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혼용하거나 여러 요소들을 한 번에 동시 보여주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도립국악원의 ‘만세배 더늠전’은 대내외적으로 창극의 새로움을 표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은 창극에 대한 고민과 창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심사숙고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로만 일관했다.

정통법을 고수한 것이다.

특히 창극의 새로운 모습은 새로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서 찾는 것이 더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을 마련했다.

역사는 짧지만 국내 뿐 아니라 해외무대를 돌며 우리 창극의 위상을 높힌 단체도 있다.

전주문화재단 상설공연단이다.

전주문화재단 한옥마을 상설공연단은 지난해 ‘2018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으로 제작운영한 전주마당창극 ‘변사또 생일잔치’를 해외순회공연을 통해 전주표 창극을 세계에 알렸다.

이들은 이탈리아 5개 주요 도시 로마, 피렌체, 만토바, 베네치아, 노비리구레에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전주의 특색과 고유한 멋을 담아낸 공연을 선보였다.

당시 이탈리아 순회공연은 마당창극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삼을 수 있고, 공연을 통해 국제문화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쉽게 설 수 없는 무대인만큼 한국의 고유한 전통 문화와 예술적인 멋을 유럽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탈리아 각 도시와의 교류를 확고히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전북의 창극이 다양한 단체들을 통해 제각각 색깔을 내면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리의 고장다운 일이다”며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창극을 올릴 수 있는 전용극장 설립과 함께 창극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는 예산확보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