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반값등록금 실시 사립대 11년간 0.64% 올라
연구개발비 감소 재정악화 인상시 국가장학금 제외
4년제 평균 671만1,800원 휴학사유 1위 '학비부담'

대교협 대학규제 철폐 건의 사총협 등록금 자율책정권 행사 결의
도내 사립대 수익용재산 우석대 34%-원광대 14% 수익 0~3% 저조
교직원 인건비 동결 등 장학금 혜택 줄고 교육 환경 열악

그동안 12년째 동결돼 온 대학 등록금 인상 여부가 올해 교육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사립대학들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10년 넘게 동결했던 등록금 인상 방침 결의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계속 등록금 동결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등록금 인상이 현실화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교육계에선 대학 재정난이 지속될 경우 대학경쟁력과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입학금 폐지와 강사법 도입 등으로 재정 압박의 한계점에 닥친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여기다 전국 4년제 대학들조차 오랜 기간 등록금을 올리지 못해 재정이 부족하다며 정부 지원금을 보다 자유롭게 쓰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운용방식 개편' 등을 요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교육부와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만약 대학들의 주장대로 내년에 등록금이 인상된다면 2008년 국가장학금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12년 만에 오르는 셈이다.

대학 등록금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직전 3개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의 1.

5배 이하 수준에서는 인상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높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잘못되면 졸업 후 빚잔치를 면치 못할 수 있는 불안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대학들에 등록금 법정 인상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호소한다.

교육부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 경감 일환으로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대학평가에 등록금 인상여부를 연계시켜 배수진을 치기 때문이다.

이에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등록금 인상여부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관계인 찬성과 반대 주장은 무엇이며, 장기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파장과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 등은 어떤 게 있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이명박 정부 2009년 '반값 등록금'정책 채택 후 11년째 등록금 동결 상태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반값 등록금' 정책이 채택된 이후 11년째 동결상태다.

2009년 740.9만원이던 사립대학 등록금은 올해 745만7000원으로, 11년간 0.64%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질 등록금은 하락한 것이다.

대학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부작용으로 교육시설에 대한 투자 축소로 연구 환경은 열악해졌고, 우수 교원 확보도 힘들어졌다.

여기에 강사법 시행,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겹쳐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현행법상 대학은 직전 3년 기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이하 수준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눈치를 살피다 보니 이 조항은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면 교육부가 재정 지원 등을 볼모 삼아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재정 국가 부담률은 36%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6%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체 사립대의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는 2017년 4,470억원으로, 2011년 5,397억원보다 오히려 감소해 사립대학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그동안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국가장학금이다.

정부의 국가장학금은 소득연계형인 Ⅰ유형과 대학연계지원형인 Ⅱ유형 2가지로, 대학에 주는 Ⅱ유형은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가 지원 조건에 들어가 있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4,000억원 규모의 내년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최근 들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란 말이 교육계에 떠돈 지 오래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부터 시작해 수도권 대학 순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대학 중 75%를 차지하는 사립대 대부분이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 정원까지 줄면서 각 대학들이 재정난에 봉착하고 있다.

    ▲대학생-학부모들, 등록금 부담은 여전…학생 졸업과 동시 바로 빚더미에 앉아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이 671만1,800원으로 집계됐다.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 평균 시급 8,350원을 고려하면 꼬박 803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방학 두 달 동안 매일 13시간을 일해야 대학 등록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의 휴학 사유 1위가 '학비 부담'(31.5%)인 이유다.

2018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사회·경제 실태 및 정책 방안 연구Ⅲ'에 따르면 만 19세부터 29세의 채무 발생 이유 중 72.2%가 '학자금 마련'이라고 응답했다.

대학 교육비 정책은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닌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2007년에는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했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세우며 국가장학금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높은 성적이 요구됐고 지원 금액 또한 낮았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실질적인 부담을 줄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도 10명 중 6명의 학생이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에 보도자료를 발행하며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주장했으나 대선 당시 공약한 국가장학금 예산 4조 원 편성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하자마자 바로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재연됐다.

청년들의 채무 발생 이유 중 열에 일곱은 '학자금 마련'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등록금은 여전히 높게 체감해 부담스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게 다반사다.

  ▲교육 전문가들, 대학들 공공성-책무성 강화없이 등록금 인상만이 능사는 아냐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오는 2030년에는 우리나라 대학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는 운영이 심각해지고, 심할 경우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데도 대학들이 위기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대학 교육 및 운영 혁신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등록금 인상’이라는 손쉬운 카드만 꺼낸다.

물론 등록금 의존율이 60%에 가까운 대학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최근엔 강사법이 시행됐고, 대학 입학금까지 폐지됐으니 재정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도 고등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다양한 고등교육재정지원 사업을 해온 만큼, 대학 역시 등록금 의존도를 줄일 다양한 방안을 스스로 강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 재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재원 구조를 다양화하고, 획기적인 고등교육 정책 발전방안을 제시한 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낼 수도 있다.

최근 교육 공정성과 교육 불평등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대학 서열 해소나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의 격차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들이 당사자로서 나서 논의를 진척시키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학’이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데도, 각종 대학 관련 협의회에서는 ‘등록금 인상’ ‘정부 고등교육 재정 확대’ ‘대학 규제 완화’ 이야기만 나온다.

사실 툭하면 터지는 사립대학의 일탈행위 비위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등록금 동결 11년째에도, 대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대학 등록금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의 대국민 교육여론조사를 보면,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1순위 고등·평생·직업 교육정책으로 응답자들은 ‘등록금 부담 경감’을 꼽았다.

다른 나라와 견줘도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수준은 결코 낮은 게 아니다.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사립대보다 연간 평균등록금이 높은 나라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뿐이다.

국공립대 연간 평균등록금도 미국, 칠레, 호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만약 대학들이 주장한대로 내년부터 법정 상한만큼 등록금을 인상한다면, 대학 연구자들은 2029년에는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측한다.

대학교육의 변화와 함께 대학 재정 운영의 투명성이 강화되지 않고 대학 등록금만 더 오른다면, 대학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 투자도 확대될 수 없다.

따라서 단순 등록금 인상 주장보다는 대학의 공공성 강화 및 책무성 강화를 바탕으로 한 등록금 인상 주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교육계 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대교협·사총협, 장기간 등록금 동결 어려움 호소…인상 및 규제 철폐 한 목소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건의문의 주요 내용은 ‘대학기본역량진단 개편’,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운용방식 개편’,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조건 완화’ 등이다.

교육부의 대학 규제를 철폐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교협이 각 대학 총장의 동의서를 받아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4년제 사립대 총장 모임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11월 15일 정기총회를 열고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한다"고 결의했다.

사립대 총장들이 등록금 인상에 대한 뜻을 모아 결의문을 내놓은 것도 처음이다.

사총협은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인해 대학 재정은 황폐화됐고 교육환경은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시설 확충과 우수 교원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교육계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요구가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사립대는 국립대보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 재정적 어려움이 더욱 크다.

게다가 학령인구까지 감소해 대학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도내 4년제 사립대 한 관계자는 "교육당국의 반값 등록금, 입학금 폐지, 강사법 도입 등 대학 재정의 씨를 말리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처럼 삼중고를 겪는 도내 대학들은 이제 막다른 길목에 섰다"고 하소연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로선 법에 정해진 대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사립대는 국립대보다 등록금 의존율이 두 배 더 높은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학행정을 총괄 관리하는 전국 224개 대학교 사무·총무·관리·재무처(국)장들은 12월 6~8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제62회 전국세미나에서 “정부는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을 폐지하고 일반 재정지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1년간 국가장학금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입학금 폐지 등으로 반값등록금이 이미 실현됐지만, 등록금 인하·동결 정책과 교육용 교지에 대한 비과세 일몰제 폐지로 과중한 세 부담이 예상돼 대학의 존폐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북지역 사립대들, 갈수록 심각한 재정난 위기 한숨 소리만 커져

전북지역 사립대학들이 오랜 기간 지속된 대학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탓에 입학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사립대에선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등록금 인상에 작게나마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 결국 교육의 질적 저하 등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만 커지고 있다.

최근 대학 알리미에 공개된 전북지역 4년제 대학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을 보면 우석대 34.2%, 원광대 13.8%, 전주대 15.1%, 호원대 23%로 집계됐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대학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익을 목적으로 법인이 보유할 수 있는 재산이다.

등록금이 포함된 대학 운영수익총계에서 전입금, 기부금, 정부보조금 등을 제외한 금액이 기준액이 되는데 도내 사립대는 대부분 이에 절반도 못 미치는 저조한 수준이다.

도내 사립대 수익용 기본재산 유형을 보면 대부분 토지가 많은 비율을 차지해 수익을 내기 어렵거나 건물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임대료 수익이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도내 사립대의 운영수익은 대체로 0~3%에 머물렀다.

2019년 대학이 확보한 재산 대비 운영 수익률을 보면 전주대의 경우 0.4%(181억3천892만 원 중 7천181만 원), 원광대 3.9% (244억1천274만 원 중 9억5천817만 원), 우석대 1.4%(199억9천382만 원 중 2억8천150만 원) 등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일부 대학은 소득보다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에 소재한 A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다 보니 교직원 인건비도 동결한 지 오래다”며 “수익은 줄고 대학에 들어가야 할 비용은 많아 내부 살림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1년째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모집정원 감소 등으로 사립대들은 갈수록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립대총장협의회 측에서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교육부와 학부모, 학생들의 반대로 등록금 인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문제는 대학이 재정난 극복에 실패하면 학생들의 장학금 혜택이 줄고, 교육 환경도 열악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익산의 B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이 어렵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을 통해 각 대학에 지원금이 고루 지원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교육부에선 손만 놓은 채 대학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들, 입학금 2022년까지 전면 폐지 시행 재정난 큰 부담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입학금 폐지를 내세웠다.

입학금은 산출근거와 용도가 명확하지 않고 대학별 금액도 천차만별이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이 돼왔다.

'깜깜이' 입학금이라는 오명도 벗어날 수 없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입학금이 평균(77.3만 원) 미만인 4년제 대학(95교)은 2021년까지 입학금의 20%(실비용)를 제외한 나머지 80%를 매년 20%씩 감축한다.

입학금이 평균(77.3 만원) 이상인 4년제 대학(61교)은 2022년까지 입학금의 20%(실비용)를 제외한 나머지 80%를 매년 16%씩 감축하기로 했다.

실비용은 실제 입학에 쓰이는 비용으로 정부는 입학금의 20%를 실비용으로 인정했다.

국·공립대학은 2018년에 입학금을 전면 폐지했다.

사립대학은 입학금 단계적 폐지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입학금을 폐지할 계획이다.

입학금 폐지는 교육부 권고 사항으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가장학금이나 국가 지원 사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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