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든 건물과 도시는 그 안에 살아가는 시민의 삶을 좌우한다.

전주시는 인구는 늘어나지 않는데 재개발과 건축으로 구도심이 사라져가고 아파트가 도시를 잠식해갔다.

모더니즘 도시계획과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투자유치에 초점을 맞춰 도시를 개발해온 탓에 도시가 팽창되었다.

전주시가‘컨벤션복합시설지구 기본 구상’을 내놓으며 전주종합경기장을 허물고 총 1,600여억원을 투입해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영화관 등을 갖춘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을 짓기로 했었다.

당시는 이러한 도시개발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닮아가고 있을 때, 전주시는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고자 전주의 기억과 역사를 지키고자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전주종합경기장이다.

전주종합경기장은 1963년 시민들이 성금을 내며 마음을 모아 만든 시민들의 기억과 역사가 서린 뜻깊은 장소다.

전주시는 지난 2005년 전북도 소유인 종합경기장을 무상으로 넘겨받은 뒤 이곳에 경기장을 허물고 쇼핑몰ㆍ영화관 등을 갖춘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을 짓기로 했다.

이후 전주시는 지역상권 붕괴를 우려해 전임 시장 때 계획했던 쇼핑몰과 호텔 신축을 유보하고 롯데쇼핑과 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며 종합경기장 개발계획을 기존의‘기부 대 양여 방식’에서 전주시 자체 재정을 투입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하는‘종합경기장 이전 사업계획변경동의안’을 발표한바 있다.

자체 재원으로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시민공원으로 개발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사업이 중단돼왔다 전주시는 시민들의 삶이 담겨있는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시민들의 삶에 확실한 변화를 가져올 시민의 공간으로 지키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왔다.

이를 위해, 시민의 땅인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지켜내고, 시민들의 기억이 쌓인 종합경기장을 활용하고 재생하며, 판매시설 최소화로 지역상권을 보호할 것 등 부지재생의 세 가지 대원칙을 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롯데쇼핑과 기나긴 줄다리기를 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종합경기장 일대 토지 소유권을 넘기지 않고 판매시설 부지에 한해 장기임대 방식으로, 현재 운영 중인 백화점을 확대 이전하며 기존 경기장 시설물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개발의 첫발을 떼었다.

전주시가 롯데쇼핑에 통보한 계약해지가 효력을 발생시키지 못하면서 쇼핑공간과 국제회의장, 시민공원 등을 골고루 충족시킨 개발계획으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온 최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전주시는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 대규모‘시민의 숲’을 조성하여 시민광장을 만들고 전시컨벤션·호텔을 건립하여 마이스(MICE)산업을 전주의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마이스(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각종 국제 회의 개최, 상품 · 지식 · 정보 등의 교류 모임 유치, 각종 이벤트 및 전시회 개최 등이 모두 마이스(MICE) 산업에 포함된다.

마이스 산업은 방문객들의 규모가 크고, 방문객 1인당 지출이 일반 관광객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의 숲 1963’으로 명명된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재생 숲 조성을 통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자가 어우러지는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시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혁신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시민의 숲 1963은 크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조성된다.

가장 먼저, 정원의 숲은 수백, 수천의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천만그루 정원도시 전주를 상징하는 전주의 새로운 허파가 된다.

전주종합경기장 육상경기장을 재생해 들어서게 될 예술의 숲은 미술관과 공연장 등으로 채워져 시민들이 공연과 전시, 미술, 축제를 즐기며 문화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놀이의 숲의 경우,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전주의 대표적인 아동친화정책인 생태놀이터가 구현돼 아이들이 맘껏 뛰노는 장소가 된다.

미식의 숲은 아기자기한 카페와 이색적인 맛집 등이 있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를 대표하는 창의음식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시민의 숲 1963’은 시민들이 열광하고 환호하고 눈물짓던 기억이 담긴 전주의 미래유산 1호인 전주종합경기장을 시민들의 역사와 미래먹거리를 새로이 담아내는 시민의 공간으로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또한 시는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롯데쇼핑과 백화점 이전 조건 등을 꾸준히 협상해나가고, 현 서신동 롯데백화점 건물도 종합경기장 이전 이후 다른 판매시설이 들어서거나 활용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 또한 만들 계획이다.

전시컨벤션센터와 호텔의 경우, 시는 오는 2023년 열리는 세계 잼버리대회 이전에 완공토록 함으로써 잼버리대회를 뒷받침하고,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의 각종 행사 장소로 제공할 방침이다.

물론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계획을 두고 누군가는 쇼핑몰 개발이 전주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고, 누군가는 지역상권의 몰락을 우려한다.

서로 다른 입장과 기대로 인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이에 전주시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과정에서 건축가와 조경가, 도시계획 전문가 등 다양한 국내 석학들을 참여시켜 다양한 의견을 담고, 공론화위원회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꾸준히 청취할 계획이다.

경자년 시작과 함께 전주종합경기장 사업타당성 분석, 공간 기본배치구상, 조경녹지 계획 등 전주종합경기장 기본구상 용역으로 사업도 본격적인 닻을 올린다.

이에 도시의 운명을 바꿀 전주종합경기장개발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에너지와 포용력을 절실히 당부 드리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최현창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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