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의 메인은 법원과 검찰청 건축물이 화면에 보인다.

즉 건축물은 내부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겉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 되는 것이다.

공간의 권력하면 생각나는 건물은 관공서건물일 것이다.

그 중에 으뜸은 영국의 교도소인 팬옵티콘이 떠오른다.

팬옵티콘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정말 섬뜩하다.

한번 살펴보자.

팬옵티콘 평면의 구성은 단순하다.

원형 평면의 중심에 감시탑을 설치해 놓고 약간 거리를 두고 주변으로 빙 둘러서 죄수들의 방이 배치되어 있다.

이 때 감시탑의 내부는 어둡게 되어 있고 죄수들의 방은 밝아서 간수들은 죄수를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죄수는 간수를 바라볼 수가 없다.

정말 무서운 것은 이제부터다.

처음에는 간수가 죄수를 감시하면서 죄수가 잘못했을 때 잘 보이는 곳에서 몇 번의 처벌을 가한다.

그렇게 수 차례의 처벌이 있게 되면 죄수들은 실제로 간수가 자리에 없을 때조차도 어두운 탑 속에 숨어있는 간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 처벌을 받을지 모르는 공포감에 의해서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시탑에 간수가 없어도 죄수들은 스스로 조심하게 된다.

이쯤 되면 죄수를 감시하는 것은 간수가 아니라 팬옵티콘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디자인된 도시가 우리가 좋아하는 ‘파리’이다.

프랑스에서는 1789년 프랑스혁명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왕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을 온 국민이 목도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제 권력자들은 시민들이 봉기하면 언제든지 자신의 권력이 전복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 19세기에 파리를 재개발할 때에 시민을 통제하기 쉬운 공간 구조로 재구성하게 된다.

원리는 간단하다.

파리를 방사형의 도로망으로 만들어서 모든 길들이 주요 간선도로로 연결되고 그 도로는 다시 개선문 광장을 향해서 방사형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

만약에 시민들이 봉기를 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간선도로로 모이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개선문 위에 대포 몇 개만 설치해 놓아도 간단하게 모든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도시 디자인 덕분에 아주 적은 수의 군대로 큰 무리의 사람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방사형 도시 구조는 방사상의 중심점에 서 있느냐, 반대로 주변부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

이와는 다르게 격자형 도로망은 모든 코너가 동일한 권력의 위계를 갖는다.

모든 코너가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격자형 도시 구조는 방사형 도시 구조에 비해서 평등한 민주적인 공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격자형은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방사형 도시 구조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체험하는 사람이 어느 한곳에만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이곳 저곳을 이동하면서 형태가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 좋아서일 것이다.

그 외에도 권력의 구조상으로도 자신의 지위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심리적으로도 다양한 체험을 하기 때문에 방사형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격자형으로 되어 있는 도시 속에서는 어느 코너를 가든지 공간의 권력 위계상 비슷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이 격자형으로 되어 있는 도시가 단조롭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뉴욕 같은 경우에는 이 같은 격자형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브로드웨이가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 공간은 격자형과 격자형과 대각선이 만나서 삼각형 같은 독특한 공간 구조가 형성되는 결절점 부분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뉴욕의 타임스퀘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도시계획에서 권력의 위계가 있듯이 건축물에서도 외형적 권력의 위계가 있고 공간적 권력의 위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건축사는 그위계를 사람들의 조직에 따라 수평적, 수직적 분석하여 공간계획을 한다.

/라인 종합 건축사 사무소 김남중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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