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앞 길게 줄서고도 빈손
없다해도 막무가내 따질땐
약사들 스트레스받고 답답
시민 마스크찾아 약국전전

전북도가 약국 마스크 5부제 관련해 현장지원을 실시한 첫날인 9일 전주시내 한 약국에서 한 시민이 신분증 확인후 마스크를 받고 있다./이원철기자
전북도가 약국 마스크 5부제 관련해 현장지원을 실시한 첫날인 9일 전주시내 한 약국에서 한 시민이 신분증 확인후 마스크를 받고 있다./이원철기자

“마스크 판매 5부제요? 오늘 안전 안내문자 받고 알았어요. 공적 마스크 판매 방식은 계속 바뀌어서 혼란스럽고, 정작 약국이나 하나로마트에서는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말뿐이고, 도대체 마스크는 어디서 살 수 있는 건가요?”

‘공적 마스크 판매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10시 전주시 효자동 A 약국 앞에는 벌써 10여 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약국 문이 열리자마자 아기 띠를 착용한 30대 여성은 다짜고짜 마스크부터 찾았다.

약국 직원의 입에서 ‘없다’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곳 저곳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이런 반응에 익숙해진 듯 약국 직원은 “언제 공적 마스크가 입고될지 우리도 모른다. 면 마스크도 거의 다 떨어졌다”면서 진열대를 가리켰다.

진열대에는 방한용 면 마스크 2~3장만이 걸려 있을 뿐 보건용 마스크는 단 한 장도 없었다.

이어, “그런데 오늘부터 5부제가 시행되는 건 알고 있냐”면서 “앞으로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면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의 말에 제일 처음 약국을 방문한 아기 엄마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는 “돌도 안 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뉴스를 볼 틈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그냥 약국에서 1인 2매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만 알았다”며 “괜히 헛걸음만 했다. 사뒀던 마스크가 다 떨어졌는데 어디 가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A 약국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문을 연 인근의 B 약국의 경우 공적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200장가량의 마스크가 동이 났다.

줄을 섰지만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약국이라도 가봐야겠다면서 서둘러 자리를 떴다.

빈손으로 약국을 나오는 사람 중에는 5부제에 대해 몰랐다면서 약사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또, 한 시민은 ‘내일(화)이 살 수 있는 날이니 미리 좀 부탁한다’며 돈과 신분증을 B 약국 약사에게 내밀기도 했다.

이에 그는 “원칙대로 해야 혼란이 없다”고 정중히 거절, “요즘 마스크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마치 있는 데도 안 판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정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C 약국 약사도 “밖에 마스크가 없다고 써 붙여놨어도 막무가내로 따지는 사람들도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수량이나 시기를 우리가 조절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마스크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 물량을 80%까지 늘리고 구매 방식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약국마다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이 다르고 수량 역시 제각각인 만큼 사람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더욱이 5부제 시행 첫날인 만큼 예상했던 대로 혼란스러움은 가중되는 분위기였다.

60대 임모 씨는 “뭐가 이리도 복잡하냐”며 “마스크 파는 곳을 찾아다니느라 힘들다. 다들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더라. 온종일 약국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언성을 높였다.

점심시간 무렵 오전에 방문했던 A 약국에 다시 가보니 아직도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 점심에 짬을 내 약국 4곳을 돌아봤다는 김우주 씨는 “출근을 하니 81년생이라서 약국에 가면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었다”며 “온라인 쇼핑몰도 여전히 품절이고, 차라리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공급하면 안 되는 거냐”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에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보니 지난달 중순 때와는 달리 마스크 KF94·80의 가격이 2천원가량 내리긴 했지만 김 씨의 말처럼 대부분 ‘일시품절’이었다.

약국 이외에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하나로마트 효자점에 가보니 오전 9시30분에 번호표를 배부한 뒤 오후 2시부터 판매하고 있었으며, 이를 전혀 몰랐던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2번이나 방문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워킹맘 박주영 씨는 “하나로마트가 직장 앞이라서 점심도 미루고 왔는데 오전 번호표를 받은 사람만 살 수 있다고 하더라. 정말 황당했다”며 “그럼 직장인들은 어디 가서 마스크를 구매하느냐. 더욱이 민간 공급물량이 20%밖에 안 된다고 하니 온라인에서는 더 구하기 힘들어진 것 아니냐”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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