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원로시인 첫 장편소설 1-2편
소설-시 혼합양식 자서전적 경험더해
한국 이데올로기 속 색깔의의미 반추

인류에게 ‘색’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하얗고 빨갛고 시커먼 것이 ‘색’의 모든 것일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인류의 역사는 색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왔다.

그 목소리는 이념이라 불렸고, 사상, 주의 등으로 통했다.

통칭해 ‘색’으로 명명됐으며 색이 다르면 전쟁과 싸움도 꺼려하지 않았다.

근현대 대한민국은 색의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해방 전후 색의 갈등이 조장됐고, 한국전쟁은 색의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도 색은 우리 곁에 병존했다.

조기호 원로시인의 첫 장편소설 ‘색’은 이같은 우리네 아픈 근현대 역사를 관통한다.

저자는 ‘시도 소설도 자서전도 아니며 소설 흉내를 내어본 글에 시를 얼버무렸다’고 말하지만 이 소설책은 소설과 시과 적절하게 혼합된 양식을 선보인다.

첫 소설책임에도 불과하고 1편과 2편 장편소설을 펴냈다.

시인이 웬 소설이냐는 눈초리에 ‘그냥 한 번 써보고 싶었다’고 답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냥 쓴 소설’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우리네 아픈 과거를 저자만의 특유 경험과 삶의 바탕이 됐다.

주인공 상훈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은 저자의 어린 시절과 유사하며 저자가 평소 자주 들렸던 곳이 소설 속 배경으로 등장한다.

색의 논쟁 속에 어린 시절을 겪었던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고 느꼈던 옛 과거의 기억들을 소환한다.

자서전이 아니라고 하지만 짙고 농후한 자서전적 경험이 소설의 근본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시절 수탈과 전쟁으로 인한 배고픔, 각종 수모와 공출 같은 잃어버린 것을 끄집어내고 일러주고 해방 후 사회부패상황을 되새김질 한다.

4.19와 5.16을 견디며 힘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세대를 겪지 않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생채기를 보여준다.

강대국은 세력확장과 야욕으로 이데올로기란 색깔을 세뇌시켰고, 거기에 부화뇌동한 동족끼리 300만명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까지 치르게 됐다.

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67년이 된 지금도 남북으로 나뉜 것도 모자라 보수, 진보, 중도 등을 내세우며 하양, 빨강, 노랑, 파랑 등으로 나뉘고 있는 현실이다.

허송세월 색의 논쟁에 자빠져있는 색깔의 의미를 반추해보고 싶은 것이다.

저자는 주인공 상훈과 하영을 통해 색의 논쟁의 중심으로 이들을 밀어보내고 몹쓸 운명에 빠진 상훈과 하영의 모습으로 부질없는 색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 평소 따뜻한 감성과 토속적인 시어로 특별한 시맛을 선사했듯, 이번 소설 역시 토속적 방언과 사투리, 소박하면서 삶에 대한 성찰과 인간애까지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작은 티끌 속에서 남들이 가져다준 색깔 싸움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허송세월 개지랄을 하고 자빠져있는 색깔의 의미를 찾고 싶다”며 “사랑과 원망과 그리움과 원수진 마음까지도 표백돼 순화시킨 것이 하얀 새깔이다.

빛과 소리와 색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지 그걸 모른 채 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전주 출생으로 문예가족을 비롯해 전주풍물시인동인,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가을 중모리’, ‘새야 새야 개땅새야’, ‘노을꽃보다 더 고운 당신’, ‘별 하나 떨어져 새가 되고’, ‘하현달 지듯 살며시 간 사람’, ‘묵화 치는 새’, ‘겨울 수심가’, ‘백제의 미소’, ‘건지산네 유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 ‘아리운 이야기’, ‘신화’, ‘헛소리’,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전주성’, ‘민들레 가시내야’, ‘이별백신’ 등이 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시인정신상, 표현문학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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