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소비자물가지수 104.50
상승률 0%대 17개월만 최저
농축수산물 2.5%↑-외식↓
코로나사태 물가 곳곳 여파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또다시 0%대로 내려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투자수요가 감소하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급식 및 외식 수요가 감소함에 따른 것으로, 1%대를 회복한 지 4개월 만에 추락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데다 후폭풍이 점점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호남지방통계청이 전주사무소가 발표한 ‘2020년 4월 전북지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50으로 전년 동월과 동일했다.

정책 당국이 정한 적정 물가 상승률(약 2%)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올해 들어 회복한 1% 상승률이 또다시 0%대로 떨어진 것이다.

전월 대비해서는 0.7% 하락, 17개월(2018년 12월 -0.9%) 만에 최저치다.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이제야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특히 석유류나 개인서비스 관련 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저물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물가지수를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우선 식탁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2.5% 상승했다.

고등어(20.1%), 갈치(20.0%), 게(23.8%) 등이 크게 오르면서 수산물 가격이 지난해 4월보다 7.5% 상승한 데다 소고기(5.6%) 등 축산물 가격(3.6%)이 오르면서 식탁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 품목은 예년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됐으며, 농산물은 사과(-3.4%), 딸기(-0.2%) 등 과실류와 일부 채소류 가격 하락으로 전년동월대비 0.6% 소폭 오르면서 농축수산물 상승세에 제한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수요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온라인 개학·개강이 이뤄지며 급식수요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식수요가 감소함에 따른 것이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주요 공장이 ‘셧다운’ 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경유(-13.9%), 휘발유(-6.8%), 등유(-6.1%) 등 석유류 가격이 무려 8.1%나 급락했다.

이 여파로 공업제품이 전반적으로 1.1%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가 가장 큰 서비스의 경우 집세(-0.2%)와 공공서비스(-1.6%) 등의 하락 여파로 1년 전보다 0.2% 소폭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물가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저물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저성장까지 겹쳐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이례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D공포’에 대한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내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기록하는 등 저물가 현상이 지속됐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물가 오름세를 이어가야 한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가 작용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상승세가 더디다”며 “아직은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지만 이를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당분간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 부족으로 상품·서비스값이 떨어지면 기업은 재고가 쌓일 것을 우려해 생산을 줄이고, 소비자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를 미루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만큼 물가 추세에 대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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