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희망가’의 일절이다.

이 노래는 1919년 3.1 운동 직후부터 널리 불리기 시작했고, 1922년에 나온 노래집에서 ‘청년 경계가’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었고, 이어서 전국적인 유행에 힘입어 1910년 일본에서 유행했던 것이 국내로 들어와 널리 불려진 애창곡이다.

"이 풍진 세상" 곡의 작사자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가사가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을 의미했던 허무주의적 냄새가 짙게 풍기면서 상투적인 어휘를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서민들의 민요와 같이 대중 전체가 작사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위 가사에 나오는 ‘풍진세상’이 지금 이 언컨텍의 시대에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인가.

19세기 이후 우리나라는 한시도 풍진 세상이 아닌 적이 없었다.

일제 식민지를 거쳐 6.25전쟁을 치른 후 분단 상황, 게다가 20세기부터 정신없이 돌아가는 산업 경제화와 민주화의 정치적 변화까지 지나칠 정도로 ‘다이나믹한 코리아’가 되었으니 어찌 바람과 먼지의 풍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는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에 들어오면서 젊은이들에게 ‘너희 희망이 무엇이냐’ 묻는 첫 구절이 빈부격차가 심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절실한 질문으로 들려온다.

뒷절의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하는 구절도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사실 우리는 잘 먹고 잘 살자고 악을 쓰고 황량한 풍진세상 한복판에 서서 허덕거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희망가는 돈 많이 벌고 목에 힘주어 사는 위치에 오르면 너희는 희망이 족하겠니? 라고 진지하게 되묻는다.

별이 총총한 밤에 마음을 비우고 생각하면 그런 것은 정말 일장춘몽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현대사회 뉴스에 많이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인물들, 어느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세상을 하직한 인물들을 보면 잘 배우고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소위 일류대학에 나오고 좋은 직장과 권력 속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인생들이 마치 세상을 다 쥐고 100년 이상 살 것 같이 목에 힘주어 살던 것이 얼마나 허무한 세상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도 우리의 인생은 아침에 잠시 있다가 해 뜨면 사라지는 아침 안개와 같다고 하였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이라 하여 영화 속의 한 장면들이 하나씩 하나씩 현실화 되어가는 이때 코로나 19가 덮치면서 우리의 기존 생각을 모두 바꾸게 만들었다.

우주 끝을 탐험하고 지구촌이라 할 정도로 지구 이곳저곳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생명체 아닌 단백질인 코로나바이러스에 맥을 못 쑤는 현실, 아무리 좋은 약이 나오더라도 코로나를 이기지 못하는 현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한없이 약한 존재가 되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따라 전 구역을 봉쇄하는 이 참담한 세상, 희망가 속의 풍진세상처럼 우리의 희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1,435만명이 넘었고, 사망자가 60만명이 발생되는 지금, 아무리 좋은 기술과 문명이 도래했다고 할지라도 코로나 앞에서 쩔쩔매는 것이 우리의 한계이다.

그동안 돈만 벌고 권력을 쟁취하고 부동산 부풀리기에 혈안 되었고 수백억 벌었다 하더라도 코로나 한 방에 훅 가는 삶이 되었다.

지금은 서로가 도와주고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 것만 생각하고 내 욕심만 챙기고, 돈만 챙기겠다는 시대가 아닌, 남을 배려하고 내 것을 나눠 주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분명 바람과 먼지 같은 풍진세상을 만났다.

노래 가사처럼 이런 풍진세상에 우리의 희망은 무엇이고 그동안 쌓아 놓은 재물로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앞으로 희망이 족할까.

장마가 끝나가는 무렵,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 보며 세상만사가 한갓 봄날의 꿈 같음을 새삼 느껴보는 시간이다.

/신세대건축사 사무소 추원호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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