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살아남았지만 복구가 막막"
"겨우 살아남았지만 복구가 막막"
  • 장두선
  • 승인 2020.08.09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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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가 휩쓸고간 남원 금지면 가보니

4개마을 주민 300명 긴급대피
농경지-축사 모두 물에 잠겨
물먹은가구-침구류 망연자실
농촌마을 노령화에 복구 한숨
순창군 직원과 주민이 폭우 피해를 본 적성면 태자마을에서 수해복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창군 직원과 주민이 폭우 피해를 본 적성면 태자마을에서 수해복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이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7일부터 이틀간 38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폭우에 견디지 못한 제방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평온하던 마을이 물바다가 되는등 쑥대밭이 됐다.

무너진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50∼100m로 추산했다.

금지면 4개 마을 주민 300여명은 제방이 터지자 면사무소 옆 문화센터로 긴급 대피했고, 마을에 남은 주민 수십 명도 소방당국과 지자체 도움으로 구조됐다.

주변 주택과 농경지, 축사 등은 붕괴한 제방에서 쏟아진 물과 집중호우로 모두 물에 잠겼다.

갑작스러운 수해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은 지자체 등에서 보낸 구호물자에 의지하고 있다.

제방이 붕괴한 현장 바로 옆 논밭에는 밀려든 강물에 자갈밭으로 변했고 원래 모습을 가늠하기도 어렵게 변한 비닐하우스 뼈대만 어지럽게 얽혀 있다.

논농사뿐만 아니라 애써 키운 밭작물까지 아예 포기해야 할 판이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고 걱정이다 가축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변 축사의 소들은 물에 떠다니다 축사 지붕 위로 피신했다가 물이 빠지면서 오도 가고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마을 곳곳은 물먹은 가구와 침구류를 빼내다 지친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마당에 앉아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몸만 챙겨 피신한 주민들은 집이 물에 잠겨도 발만 동동 구르고 가보지 못하다 물이 빠진 뒤에야 나와봤다.

다시 찾은 삶의 터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방안으로 물이 가득 차면서 무거운 냉장고도 물에 둥둥 떠다니다 물이 빠지자 내동댕이 쳐졌고, 쌀은 물론 숟가락 하나도 흙탕물이 범벅이 돼 성한 것이 없었다.

급하게 몸만 빠져나와 남원시에서 지원하는 재해구호품이 없으면 쫄딱 굶어야할 상황이다.

더욱이 문제는 농촌마을 노령화로 한시가 급한 복구를 누가 하느냐다.

“팔십 넘은 노인들이 물 먹은 이불 한 장 들어 올리기도 벅찬데 이걸 다 언제 치울지 막막하죠.

곰팡이 슬기 전에 다 치워야 하는데 다들 지쳐가서 큰일이에요.

자식들이 내려와서 돕기는 하지만 일부에 그쳐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마을이장은 푸념이다.

제 몸 가누기도 힘든 노인들이 '살아서 다행'이라고 숨 고를 새도 없이 재난 현장에 투입돼 일손을 거들기 바빴다.

그는 "노인들이 물 먹은 이불 들 힘도 없는데 언제 복구를 할지 막막하다.

수해 복구는 곰팡이가 슬기 전에 씻어 말려야 하는 시간싸움인데 이대로라면 집을 통째로 버려야 할 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풍 '장미'가 10일 북상해 11일까지 100∼200㎜(지리산 부근 3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비상이 걸렸다.

남원시 관계자는 "폭우 피해 현장을 미처 복구하지도 못 한 상태에서 태풍이 북상할 경우 산사태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막막한 상황이지만 행정력을 동원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원=장두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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