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이어온 전주한지가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2018년 인증을 받은 경남 의령한지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다.

이로써 전주 한지가 세계 문화재 복원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는 지난 10일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로부터 전주한지가 문화재 보존·보수·복원용으로 적합하다는 ‘유효성 인증서’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인증된 전주한지는 최성일 한지장이 개발한 것으로 SH4 평량 35g/㎡, SH5 평량 45g/㎡ 등 2종이다.

평량 35g/㎡는 가로 1m, 세로 1m의 무게가 35g이라는 의미다.

이 한지는 전주산 닥나무와 황촉규 뿌리 점액 등 전통원료로 만들어졌으며, JCRCPAL의 심사 기준인 섬유 구성·전분·두께·섬유 방향성·뭉침 현상·리그닌 함유 등 10개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고 한다.

이 연구소는 인증서에서 SH4와 SH5는 화학적, 생물학적, 물리적, 기타 기술적 기준을 모두 통과해 내구성과 높은 수준의 안정성이 있다면서 문화재 보존, 보수, 복원 분야 사용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시는 이번 인증으로 전주 한지가 이탈리아 문화재 보존·복원 분야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화지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유럽을 비롯해 세계 지류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주한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한 것으로 평가, 관련 절차 이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앞서 시는 국제연합(UN) 유네스코와 전주한지를 세계문화유산 보존 재료로 활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 ‘LOI(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전주한지는 지난 2016년 ‘1333년 바티칸시국이 고려에 보낸 서신’을 복본하고 2017년에는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바이에른 막시밀리안 2세 책상’을 복원하는 데 사용된 바 있다.

이미 이때부터 문화제 복원용지로써 전주한지의 무한 가능성이 검증된 셈이다.

또 같은 해 김승수 전주시장은 ‘1904년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 간 친서’를 전주한지로 복원해 바티칸 교황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 바티칸 성베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 시장이 전주한지로 복본한 또 다른 친서 한 세트를 직접 전달하는 모습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전주한지의 전통성을 세계 카톨릭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전주한지가 세계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고, 세계 지류 시장을 선도해갈 날도 머지않았다.

전주시는 서서히 그 준비를 서둘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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