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색' 일맥상통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겪은 시인의 인생 비유
인생 돌아보며 모두 부질없음 깨달아

우리네 아픈 근대사를 관통했던 장편소설 ‘색’을 발간했던 조기호 시인은 색이론의 완성시집 ‘색’을 출간했다.

앞서 발간한 장편소설 ‘색’은 이념, 사상, 주의 등으로 통했던 인류 역사 즉 색의 역사를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국은 근현대 색의 역사 중심에 있었으며, 현재도 우리 곁에 병존하고 있다.

소설은 우리네 아픈 과거를 저자의 경험과 삶의 바탕으로 완성됐으며, 이를 위해 자신이 경험하고 느꼈던 옛 과거 기억들을 소환하고 있다.

마치 자서전적 소설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시집 ‘색’ 역시 소설과 일맥상통한다.

‘참 지랄같은 날’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참으로 지랄같은 우리네 인생이 시인의 개인적 경험과 합쳐지면서 묘한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색의 이론을 장편소설 ‘색’으로 정립시키고 시집 ‘색, 참 지랄 같은 날’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랄 같은 날’은 여든 넘게 살아온 시인의 인생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비유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해방의 바람이 불고 한국전쟁 등을 거쳐 생긴 슬픈 전리품 등은 시집 제7부 ‘색5’를 통해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몸으로 겪었던 시인은 색깔이 다른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얻었던 아쉬움과 원망을 질타없이 쏟아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는 색인건데 그것에 매달려 죽이고 헤어지고 부서지고 아직도 부족한 우리네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색의 논리에서 시인은 이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출근길에 휴대폰과 보청기 챙기는 것을 잊어버리는 건망증에 빠지고 오랜 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는 교회를 나오라고 한다.

‘참 지랄 같은 날’이란 내뱉지만 이제는 저승문 가깝게 다가섬을 깨닫게 되며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알게 된다.

‘그까짓 이름 석 자 남긴들/ 무에 그리 소중할까/ 이승 뜨는 날/ 마른 숨결 놓으면/ 영혼마저도 여기에 걸어놓고/ 억겁으로 떠나가는 바람 같은 것을.

(이승에 걸어놓고 중에서) 평생 같이 했던 아내의 사랑도 물씬 풍긴다.

꼬깃꼬깃 점심 술 밥값을 주머니에 찔러주는 자상한 아내지만 큰 수술 후 아들 녀석만 찾는 것에 서운하기만 하다.

남편 혼내는 재미를 소일거리로 삼으며, 화를 돋우는 괴상한 재주를 가진 아내지만 품어주고 다독이며 이승 끝자락을 꽃피는 봄날로 돌아보고 있다.

시인은 저자의 말에서 “유치한 삼류어깨의 익지 않아 비린내 나는 쌩 폼을 잡아 슈펠트의 겨울나그네를 뻐기고 싶었는데, 그 하찮은 개지랄을 한 번도 못해보고 이승 뜰 때가 가까워지나 보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 표지는 김재권 조형예술학 박사가, 일러스트는 김한창 화가가 참여했다.

조기호 시인은 이번 시집이 21권째이며, 문예가족을 비롯해 전주풍물시인동인,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가을 중모리’, ‘새야 새야 개땅새야’, ‘노을꽃보다 더 고운 당신’, ‘별 하나 떨어져 새가 되고’, ‘하현달 지듯 살며시 간 사람’, ‘묵화 치는 새’, ‘겨울 수심가’, ‘백제의 미소’, ‘건지산네 유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 ‘아리운 이야기’, ‘신화’, ‘헛소리’,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전주성’, ‘민들레 가시내야’, ‘이별백신’, 장편소설 ‘색’ 1권, 2권 등이 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시인정신상, 표현문학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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