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의 한 사무소를 방문했는데, 사무소장이 직접 차 한 잔을 자져 오며 권한다.

사무소장 방 안에는 원두커피, 녹차 등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갖춰져 있고 종이컵 두 줄이 높게 쌓여져 있어 손님이 오면 직접 커피나 차를 대접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이 몇 개월 남지 않은 머리 희끗한 지점장이 차를 직접 대접하는 모습은 이제 그리 낯선 풍경만은 아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직원이 기한 만료로 퇴사를 하면서 정부의 권유에 따른 비정규직 채용 지양 정책에 따라 손님 응대를 하고, 업무 보조를 하던 파트타이머 채용을 할 수 없게 된 까닭이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997~98년 IMF 외환위기 시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제의 바람을 타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사회보장 사각지대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외환위기가 사라진 현재에도 비정규직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이 중심이 되지 않고 노동의 가치가 중시되지 않으며 돈과 자본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생명과 안전보다는 이윤의 극대화에만 목매달고 있는 극한의 자본주의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사회양극화와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찾아보기 힘들며 연대와 협동의 가치가 중시되는 공동체 문화는 실종된 지 오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란 무엇인가.

즉 같은 가치를 가진 노동에 대해서는 성별·연령·신분 등에 따른 차별이 없이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원칙에 대해서 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필자를 비롯한 노동운동가들도 당연히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현실은 과연 어떤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51% 수준에 그치고 있고, 남성보다 여성이 20% 가까이 많은 성차별의 모습도 보인다.

단지 임금 차이만 있는가.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으면서도 누구는 사원증으로, 누구는 출입증으로 드나든다.

우리나라의 한 해 산재 사망 건은 2,500건에 달하는데 대부분은 간접고용자와 일용직노동자라고 한다.

영국의 경우는 우리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니 과연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방안은 과연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밥그릇 싸움에서 조금 더 가진 정규직들이 급여를 줄이고 정규직에게 수익을 더 배분해 주는 노력을 해 주길 바란다.

물론 정해진 수익을 가지고 배분을 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궁극적으로는 그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기업은 더 가지려 사내유보를 더욱 늘려가고, 부동산은 더 많이 매입하고 있으며 재벌 상속은 그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고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은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이러한 구조부터 바꾸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의 규모를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노동조건 격차를 해소해 나가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과제이다.

또한 2.5%에 불과한 비정규직노동자의 노조조직률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였다. 헌법에 부합하는 차별없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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