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물 버리고 새 판 짜야 할 때
고인물 버리고 새 판 짜야 할 때
  • 조석창
  • 승인 2020.10.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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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002년 한옥마을 민간위탁 진행
2013년 수익시설 분류 보조금 중단
숙박시설 예술인 공간 용도 전환
통합 운영관리 시도했으나 무산
올해 새방식 위해 전문가 용역 진행
한벽문화관 전주문화재단 이전
요리체험-전시 등 다목적공간 계획
소리문화관-경업당 각각 대사습청
전통혼례체험관으로 명칭 변경
역사-어진박물관 운영변경 도마위
최명희-완판본-부채 등 기존유지

전주시 문화시설15곳 용역 진행
문화향유-복지성격 시설 직영적합
시 문화시설 통합운영관리 개편을
전문가 간담회 통합기구 설치 제안
새방식 도입 시의회 설득시간 부족
몇몇 명칭만 변경 '도로 위탁' 유지
장기 위탁시설 경쟁구도 없어 안일
1년유예 불구 주인없는 시설까지
콘텐츠 중복 등 편의적 행정결과

전주지역 문화시설 민간위탁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초 올해초부터 새로운 민간위탁 운영이 진행돼야 하지만 전주시는 지난해 전문가 간담회와 용역까지 진행하면서 민간위탁 진행을 1년 간 미룬 바 있다.

전문가 간담회와 용역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민간위탁 방식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라는 평이다.

색다른 게 없을뿐더러 일부 시설은 기존 방식을 그대로 도입해 새로움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이다.

문화시설 특히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문화시설들은 그동안 현재 한옥마을이 있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했다.

민간단체들이 위탁을 맡으면서 행정이 하지 못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한옥마을을 풍부하게 했다.

하지만 20여년 가깝게 시간이 흐르면서 민간위탁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전주시가 전문가간담회와 용역을 진행한 까닭이다.

이번에 밝혀진 문화시설 민간위탁 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 기존 민간위탁 방식  

전주시는 지난 2002년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문화시설을 대상으로 민간위탁을 진행했다.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문화예술단체에 맡기는 것이 시설 활성화와 예산절약 등에 더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초창기다보니 여러 가지 혼란도 제기됐다.

역량 있는 단체가 아닌 급조로 만들어진 단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가 선정되는 일도 생겼다.

이후 민간위탁 방식은 커다란 변화 없이 3년 마다 공모를 거쳐 진행돼 왔다.

3년이 되면 새로운 단체가 수탁단체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동일한 단체가 지금까지 근 20년 가깝게 운영을 하는 곳도 생겼다.

전주시가 민간위탁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은 2013년에 이르러서다.

전주시는 민간위탁 시설은 문화시설과 수익시설로 구분했다.

문화시설은 기존처럼 보조금을 지원하고 수익시설은 오히려 임대료를 받았다.

수익이 생기니 더 이상 지원해줄 필요가 없고 임대료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당시 계획안을 보면 전주공예품전시관, 한옥생활체험관, 전주전통문화관 등이 수익시설로 분류됐다.

반면 최명희문학관과 전주전통술박물관 등은 지원시설로 분류돼 현행과 같이 보조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관광객과 시민을 위한 수요자 중심보다 큰 고민 없이 공급자 중심의 관리방식으로 변경했다는 게 지역문화인들의 지적이 생겼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보조금 중단은 수익창출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광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2015년도엔 또 다른 변화를 예고했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한옥마을 환경이 변화됐고, 상업성보다는 공공성을 더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숙박시설의 용도전환이다.

현재 민간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이 넘치는 마당에 굳이 숙박시설을 운영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행정이 민간인과 수익다툼에 나선다는 비난도 운영방식 변화의 이유다.

청명원, 한옥생활체험관 등이 그 대상이며, 이들 시설은 예술인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으로 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주전통문화관은 각각의 전문가에게 분리 위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전주에 거주하는 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전시와 판매가 이뤄지는 공간이 되며, 무형문화재가 상시 거주하면서 전수교육을 진행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틀이 적용될 전망도 나왔다.

이외 나머지 문화시설도 각 시설마다 지원자격 요건과 정확한 콘텐츠를 제시해 적정 단체에게 시설운영을 맡길 예정이다.

2016년도엔 또 다른 변화가 예고됐다.

전주시는 그 해 민간위탁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민간단체나 법인의 통합 운영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으론 전주소리문화관과 전주전통술박물관, 한옥마을선비문화관을 한 단체로 묶어 민간위탁관리하고, 최명희문학관과 전주부채문화관, 완판본문화관을 통합해 민간위탁하자는 내용이다.

문화시설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제고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는 의도가 담긴 개정안이었다.

하지만 이런 민간위탁운영 관리방안은 무산됐다.

전주시의회 상임위에서 통합 운영 대신 기존처럼 5개 시설을 개별 위탁하는 것으로 수정처리했기 때문이다.

결국 커다란 변화를 주지 못한 채 기존방식에 벗어나지 못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민간위탁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자 전문가 간담회를 비롯해 용역까지 진행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민간위탁 기간은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도 했다.

새로운 방식이 도입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평이다.




△ 향후 민간위탁 방식  

민간위탁 문화시설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곳은 전주한벽문화관이다.

현재 전주문화재단이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크게 사무공간과 기존 함씨네밥상이 운영했던 식당 그리고 전통혼례와 야외 공연이 진행됐던 경업당, 그리고 한벽문화관으로 구분된다.

현재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전주문화재단은 팔복동 팔복예술공장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전주문화재단이 사용했던 사무공간은 요리체험실과 전시공간인 다목적 공간으로 변화된다.

한벽문화관이 제대로 된 공연시설이 되기 위해선 전시공간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또 경업당은 전통혼례체험관으로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며, 식당공간은 기존 음식시설을 활용해 전통혼례 피로연 장소로 운영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더 많은 논의를 거친 후 확정될 예정이다.

전주소리문화관은 대사습청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이미 대사습청 운영조례를 시의회에 상정했고, 이번 주 전주시명칭제정위원회를 열고 명칭을 변경한 후 대사습청 운영을 위한 공모를 진행하게 된다.

대사습청은 전주대사습놀이를 주관했던 곳으로 이변이 없는 한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예상외 단체가 운영주체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전주소리문화관 옆에 위치한 한옥생활체험관도 조만간 변화가 있어 보인다.

당초 이곳은 고 송수남 화백을 기리는 남천전시관으로 운영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족들의 갈등이 재판으로 이어지고 그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남천전시관 운영은 문도 열지 못했다.

그 공백을 이용해 현재는 김치문화관으로 임시 사용되고 있지만 조만간 운영방침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전주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별도의 운영방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전주역사박물관과 어진박물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운영 단체를 변경과 기존 방안 고수 등 2가지 방안을 놓고 전주시의회와 함께 더 많은 논의를 거쳐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밖에 최명희문화관, 완판본문화관, 전주부채문화관, 전주전통술박물관 등은 기존처럼 민간위탁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이들 시설들은 조만간 위탁운영단체 심사를 거쳐 내년부터 위탁체제가 시작될 계획이다.




△용역 내용

전주시는 문화시설 민간위탁에 대한 용역을 진행했다.

군산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7월 제시한 용역결과를 보면, 가급적 문화재단 등 공공기관에 위탁하거나 또는 직영방식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문화시설 관리를 위한 별도의 재단설립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당시 용역은 전주시 문화시설 15곳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운영방식을 크게 현행 유지, 공공위탁방식, 직영 등 3가지로 구분해 정리했다.

최명희문학관, 전주전통술박물관, 완판본문화관, 전주부채문화관 등 문화시설 주요 역할과 대상이 전주시민보다는 외부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시설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 현행처럼 민간위탁방식으로 하는 것을 타당하다고 봤다.

또 문화시설 주요 역할이 전주시민의 문화향유공간과 문화복지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 전주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하거나 전주문화재단 또는 한국전통문화전당 같이 전주시 출연기관을 통한 운영관리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어진박물관과 전주역사박물관, 전주소리문화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용역서는 전주시가 운영관리해야 하는 문화시설 성격과 역할에 맞게 운영관리 주무부서를 결정할 것도 주문했다.

현재 전주시가 운영관리하는 문화시설 관리부서는 문화정책과, 전통문화유산과, 한옥마을지원과 등으로 분산돼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전주시 문화시설 통합운영관리를 위해서는 현재의 거버넌스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용역서는 “전주시가 운영관리하고 있는 문화시설에 대한 운영관리방식 결정 시 문화시설의 주역역할이 무엇인지에 따라 직영방식, 공공기관 위탁방식 또는 민간기관 위탁방식을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내용은 실제 지난해 전주시가 진행했던 전문가 간담회 내용과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당시 전문가 간담회는 2차에 걸쳐 진행을 했는데 참석한 대부분 전문가들은 문화시설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통합기관을 만들어 이곳에 문화시설 운영을 맡기자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통합기관은 전주문화재단 등 전주시 출연기관이 될 수 있고, 아예 새롭게 신설해 전주시 산하에 두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문화시설들이 운영단체가 제각각이라 통합운영을 할 수도 없고, 이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게 통합기구 설치를 주장한 이유다.

또 지난 2002년부터 18년 넘게 민간위탁을 진행해 본 결과, 이제는 민간위탁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새로운 방안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당시 참석자들은 “민간위탁 방식은 이제 한계가 나타났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선 이들 시설을 도맡아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 또는 전주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새로운 기구를 만들기 어렵거나 직영이 쉽지 않으면 기존 전주문화재단 등과 같은 기관에 업무를 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다시 말해 시설들을 통합관리할 일종의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이 컨트롤타워를 기준으로 수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다.

아예 전주시가 직접 나서 직영으로 하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란 것이다.

현재 민간위탁 기간이 20여년 가깝게 흐르면서 민간단체 한계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초창기 활발했던 민간단체의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과거에서 한발도 진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수혈을 통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컨트롤타워 또는 전주시가 직영할 경우 문화단체와 달리 사익이 배제될 수 있어 공공성 확보에 큰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민간위탁의 한계점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다. 민간위탁에 대한 새로운 판을 짤 때가 됐다”며 “과거 사례를 곰곰이 따져본 뒤 앞으로 민간위탁 방식에 대한 기준점을 만들어내는 데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이같은 의견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새로운 민간위탁 방식을 접목시키려 했으나 전주시의회를 설득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며 민간위탁 방식을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시켰다.

또 유예기간을 통해 민간위탁 방식에 대한 용역을 발주해 민간위탁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1년 뒤인 최근 밝혀진 전주시 민간위탁 방식을 보면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아쉬움이 발생한다.

최명희문화관이나 전주전통술박물관, 완판본문화관, 전주부채문화관 등은 기존 민간위탁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전주소리문화관 역시 대사습청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존 민간위탁 방식과 변함이 없다.

여기에 전주역사박물관이나 어진박물관은 아직까지도 위탁방식을 결정짓지 못했다.

김치문화관 역시 주인없는 공간에서 임시 살림살이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궁금증이 드는 대목이다.

전주시의회에서는 새롭게 복원된 전라감영과 연관을 지을 것도 주문했다.

전주부채문화관이나 어진박물관, 완판본문화관 등 전라감영 콘텐츠와 중복된 시설들을 고려해 민간위탁 방식을 고려해야 하는데 편의적인 행정결과란 지적이다.

또 한 단체가 장기적으로 위탁을 하고 있는 시설의 경우 경쟁구조를 형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남규 시의원은 “전라감영이 복원된 만큼 연관된 시설들은 특성화시켜 한옥마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미래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며 “특히 한 단체가 장기위탁을 하고 있는 시설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시설의 발전을 꾀하는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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