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매년 11월 이맘때면 어린시절 시골집에서는 겨우내 먹을 김장과 함께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를 말리며 소 먹이로 쓸 볏짚을 모아두곤 했던 기억이 있다.

땅속에 묻어 둔 항아리에 김장김치를 채우며 넉넉한 표정으로 흐뭇해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하지만 요즘은 추억이 묻어있는 항아리 대신 김치냉장고가 우리에게 더욱 익숙하게 다가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추억 속에 있던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농업·농촌관련 연구에 의하면 식량 안보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이 늘어났고, 농업·농촌이 예전처럼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살아왔던 농업·농촌은 다시 예전의 넉넉함과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현대 도시민들의 긍정적 인식과는 다르게 우리 농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농작물의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하여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으며, 갈수록 심해지는 농촌의 고령화, 경지면적의 감소 추세 등으로 농업의 미래는 낙관할 수 없게 되어간다.

지난 11월 17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통계로 본 농업의 구조 변화’를 보면 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인구는 절반가량이 농업에 종사하였다.

하지만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점차 늘면서 2019년 농가의 비중은 4.3%에 불과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도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 어촌·어업의 현실도 농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장환경 악화, 기후변화 등 수산물 생산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인구는 도시로 유출되면서 물고기처럼 활기 넘치던 어촌과 항구는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어촌의 구조적인 문제도 날로 심화되어 간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고자 정부에서는 농산어촌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농촌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촌 르네상스’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농업․농촌의 중요성 강조와 함께 새롭게 소개된 정책으로 농촌 공간계획 수립을 통해 농촌을 재생시켜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만들고 스마트팜, 온라인 거래 등을 통해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경제활동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정책이다.

더불어 어촌 활성화를 위해서 어촌의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고,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과 환경 중심으로 농정 및 농어촌 경제•사회의 구조는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농어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농어업통계가 중요해 지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통계청에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림어업분야의 발전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농림어업총조사, 농작물생산조사, 어업생산동향조사 등 다양한 농어업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그중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2020 농림어업총조사가 지난 11월 23일부터 시작되었다.

농림어업가구의 규모, 분포, 구조 및 경영형태 등을 파악하여 모든 농림어업 관련 통계의 근간이 되는 조사로 여러 조사의 모집단의 기초가 되며, 우리나라 농림어업 관련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농림어업총조사는 조사항목이 많고, 주 응답층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많아 비대면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비대면조사에 참여하기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12월 1일부터 18일까지 방문조사도 실시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농림어업인 뿐만 아니라 귀농을 꿈꾸는 도시인, 농산어촌에 희망을 두는 청년,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 농림어업의 변화가 여러분의 응답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조사원이 방문했을 때 농림어가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시기 바란다.

/이호석 호남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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