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학동네 이야기'

서학동 예술마을-보광재-흑석굴 등
마을 곳곳 담긴 역사-문화이야기 담아

학이 깃드는 동네라는 뜻을 가진 서학동의 숨겨진 마을 이야기가 담긴 책이 발간됐다.

글로벌문화협회 박영진 회장이 엮은 ‘학동네 이야기’는 지난 2018년 흑석골의 이야기를 담아 낸 ‘학동네 이야기’의 두 번째 연작물이다.

서학동은 고덕산에서 뻗어 내린 남고산 자락에 형성된 동네다.

전주시 동남부 관문으로 수목이 울창하고 주변경관이 수려하며 남고산성을 비롯한 많은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1946년 해방 이듬해 ‘서정’이란 일본식 이름을 고쳐 서학동이라 했다.

서학동이란 이름은 황혼이 어둑어둑 내려앉을 무렵에 많은 학들이 온화한 숲속에 보금자리를 튼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서학동이라 불리게 된 또 다른 배경은 풍수지리적으로 남고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이 학이 날개를 편 형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의 전주교대 터가 첫 번째 학이고 학봉마을 뒷산인 학봉이 두 번째 학이라 한다.

또 흑석골은 검은 빛을 띤 돌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공수내 다리에서 동쪽으로 뻗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흑석골이다.

흑석은 일명 흑연의 성질을 띤 돌덩어리로 한때는 감마제나 차량의 도말용 원료로 사용돼 인기가 높았다.

서학동은 유독 한적한 골목길 따라 따닥따닥 붙은 나지막한 집들이 많다.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였던지 남천교만 건너면 엎어지고 코 닿는 동네이지만 시내에 비해 서학동의 땅값은 턱없이 싸다.

또 도시개발의 뒷전에서 비켜나 있어 동네 개발도 더디었고, 도시개발의 제한이 많아 옛 모습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기도 하고, 사람의 냄새가 물씬 나고 정이 넘치는 동네다.

어찌보면 더디게 개발이 이루어진 게 다행스런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서학동 예술마을부터 다루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예술인 부부가 이 곳에 터를 잡으면서 화가, 공예가, 설치미술작가, 사진작가 등 예술인들이 하나 둘씩 이사오기 시작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예술인 마을이다.

특히 대부분 생활공간을 겸하고 잇어 단순히 상업시설만 있는 거리에 비교된다.

완주 구이, 임실 신덕, 운암면 주민들이 전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었던 보광재 이야기도 재미있다.

나무꾼들이 많던 시절, 달구지가 지날 만큼 제법 넓은 길이었다고 한다.

또 구이에서 나던 열무를 전주 남부시장으로 내다 팔기 위해 사람들이 오갔던 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정몽주가 물을 마신 우물터에 대한 것도 실렸다.

이성계의 오목대 승전 자축연 자리를 빠져나온 정몽주가 말을 몰아 남고산성 만경대로 향하던 중 동서학동 소재 시암가에 여인에게 물을 청하여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밖에 초록바위, 반곡서원, 흑석굴, 불무골, 노루목, 옥동사, 억경대 등 서학동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다.

박영진 회장은 “서학동 곳곳에 산재한 우리 동네의 옛 모습을 기록하는 일이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 흘러다니든 서학동 이야기를 주섬주섬 모아보았다”며 “우리 삶터의 흔적들을 외면하고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체계적으로 엮지 못한 아쉬움도 있으며, 앞으로 많은 동네분들의 여러 이야기를 모아 다시 엮겠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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