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이른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 법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김용균 재단 이사장이 2020년 8월 26일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으로 올린 청원이 9월 22일, 동의자 10만명을 돌파하면서 입법이 가시화 되어 왔다.

제정안의 주요 골자는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 법인이나 기관에 50억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규정을 명시했다.

또한 여러 명이 크게 다친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각각 처하도록 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한민국은 한 해에 2,4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부상자까지 합하면 매년 10만명이 사고를 당하는 사고 공화국으로서 OECD 국가 중 산재사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3시간에 한 명이 죽고 5분에 한 명씩 다치는 것이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이다.  

태안발전소의 김용균 사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삼성중공업 파워크레인 충돌, 이천 냉동창고 사건을 비롯해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대구지하철 붕괴, 세월호 침몰,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 대형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많은 성과를 빠른 시간 안에 내고자 하는 기업의 조직문화와 이윤을 추구하고자 과도한 작업을 지시하고, 돈이 들어가는 안전에 대한 투자는 없이 장시간 노동과 안전에 대한 불감증으로 노동자를 위험한 상황 가운데 몰아넣은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무엇보다 이윤보다 생명을 중히 여기는 경제 윤리와 기업 문화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노동자 재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큰 요인이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사업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소연들을 한다.

하지만 재해 예방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한 기업까지 처벌하자는 것이 아닐진대 처벌이 무서워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다면 노동현장의 사고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이 법이 완전한 것만도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이 불가하고, 이 법의 공포 1년 후부터 시행이 되며, 50인 미만이나 건설업에서 50억 미만 공사는 공포 3년 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를 검토해 보면 사망 사고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이 법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효과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으로 노동자를 보호할 강력한 보호 장치가 생겼다고 장담할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서류상으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법인을 쪼개고, 사업자등록증을 하나 더 내고 직원 중 일부만 고용보험 신고를 하는 등의 꼼수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에서는 처벌만능주의로는 사고를 못 줄인다고 말한다.

음주운전 행위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음주운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보다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OECD국가답게 선진국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높임으로써 사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갖게 해야 할 것이며 안전 불감증도 완벽하게 떨쳐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가족 중 한 명을 추락 재해로 잃은 경험이 있다.

7층 높이 지붕에 올라가 작업을 하였지만 안전장치 하나 제공되지 않았고, 소규모 사업장이어서 산재 가입도 안 되어 있었으며 사후 가입이 가능하다 하여 검토하였으나 당시 2천만원 미만 공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괴 망칙한 법규로 인해 사망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산재 처리도 받지 못했다.

이후에 이어진 긴 시간의 민-형사 소송을 하였지만 사업주는 벌금 2백만원 처벌로 끝났다.

한해 2,400명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 하는 현실이 꼭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진 말자.

이번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이의 준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하자.

정부는 한 해 수조원의 산재 예산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예방적 차원의 예산 투입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책임자의 안일한 감독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정부책임자가 그 의무를 다해 엄격하게 안전관련 직무를 수행한다면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사고는 어떻게 예방하고 어떻게 피해자를 보호할 것인지도 더욱 연구해야 할 과제다.

이윤보다, 돈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기 때문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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