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박선애

 

이제 나가도 될까요

마른 옥수수 낱알은 
버터를 만나 팬 위에서 뒹굴며
펑펑 터질 폭죽을 기대합니다
어젯밤 땅콩밭을 죄다 파헤쳐놓은 
멧돼지는 사람과 같이 사는 
꿈을 꾸었답니다
덕분에 땅콩밭은 철망 속에 갇히고
깜박이는 커서에 자음과 모음을 채우느라 
밤새 물을 길어 올렸는데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밑바닥이 깨진 것을 알았습니다
손가락에 걸쳐진 단어 하나 남기고
 
고소한 맛을 나누며
우리 하나가 되는 자리 
 
나, 언제쯤 나가면 될까요?

  
# 시작노트

봄꽃이 밀어낸 하늘 아래 여전히 들끓는 심사는 아직도 피우지 못한 봄 때문일 게다.

내보내지 못하고 미적거린 만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묵힌 언어들이 꿈틀거린다.

계절이 지나면 또 어떠랴.
  
# 약력
2010년 문예연구로 등단
2020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시집: 『꽃살문에 소식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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