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근로자 백신접종 본격
대기업-중견기업 유급휴가
소기업 경제적 손실에 부담
"건강권 보장못받아 씁쓸"

도내 기업들 사이에서 ‘백신휴가’를 둘러싼 양극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부터 근로자들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됨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이를 권유하며 백신휴가 도입에 속속 합류하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인력난과 생산 차질 등을 이유로 그림의 떡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

13일 도내 경제계에 따르면 60~64세 접종이 본격화되고 다음 달부터 50세 이상 일반인 등의 접종이 진행되면서 기업들 대부분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시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경제적 손실이 큰 만큼 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함이다.

하지만 ‘백신휴가’에 대한 기업들의 온도차는 규모와 업종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전주제1산업단지에 위치한 (주)삼양사 전주EP공장과 삼양화성(주) 전주공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백신 접종 당일과 그 다음 날까지 쉴 수 있도록 유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공장 내 60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만큼 이들의 접종 시점에 맞춰 정부의 방침을 따르고 있는 것.

(주)휴비스 전주공장의 경우 접종 당일 하루와 접종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추가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조치, 하이트 진로(주) 전주공장 및 특판지점은 삼양사와 마찬가지로 7일부터 이틀의 유급 휴가제를 도입했다.

전주페이퍼는 백신휴가를 공식적으로 도입하지 않았지만 현재 접종 당일이나 접종 후 이상증상이 있을 경우 쉴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실상 휴가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 도입은 노사 합의를 통해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들뿐 아니라 전북은행도 고객의 불안감을 덜고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정부의 방침에 동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틀간의 유급 휴가를 실시한다.

하지만 규모가 큰 이들 기업과 달리 전주제1산업단지 인근의 중소기업들은 백신휴가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탄소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A기업 대표는 “직원들의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불안감을 하루빨리 덜어내고 싶다. 이는 크든 작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다음 달부터는 주 52시간제가 실시되는 만큼 대기업처럼 유급 휴가를 주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식품제조기업 대표도 “직원들도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알기 때문에 연차를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 주변의 소기업 중 백신 휴가를 도입하는 곳은 없어 보인다”며 “인력 부족이나 생산 차질, 비용부담 등 대기업과 달리 소기업은 감당하기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대부분 유급 휴가 대신 연차를 사용하거나 금요일 오후에 백신을 접종해 공백을 최소화하길 바라는 분위기인 것.

 휴가가 곧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소상공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종사자들과 소상공인들은 ‘백신휴가는 그림의 떡’이라며 재택근무, 돌봄휴가 등에서 소외됐는데 이제는 ‘아프면 쉴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서 볼멘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익산지역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B기업에 근무하는 최 모 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이틀은 무조건 쉬고 추가로 더 쉴 수도 있다는데 우리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며 “큰 기업과 복지 수준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건강권마저 무시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에서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현실을 고려해 권고가 아닌 의무화하거나 이럴 때 재난지원금을 활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은 “대체 인력이 부족하고 유급 휴가에 부담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기업들의 입장과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권 확보를 고려한 세심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기업들도 마음 놓고 활동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들을 더욱 관심을 갖고 전주상의도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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