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7개월째 표류중인 ‘전자금융거래법’(약칭 “전금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논의되지 못하고 무산되었다.

필자가 소속된 금융노조를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요즘 이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반대 여론이 뜨겁다.

도대체 전금법이 무엇이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러는 것일까.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의원들과 관계자들조차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용어도 어려워 일반인이 이해하기 더욱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필자는 전금법에 대한 이해와 문제점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사전적 의미의 전자금융거래법이란 컴퓨터, ATM, 전화기 등 전자적 장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금융거래를 규율하는 거래법이면서 동시에 전자금융업의 영위와 감독에 대한 사업법이라 할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의 기본 요소와 절차를 명확히 하고 전자자금이체, 전자화폐 등 전자지급 수단에 의한 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규율함을 목적으로 하며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전금법 개정안에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와 ‘지급지시전달업자’라는 신규 라이센스를 도입하였다.

또한 대금결제업자에 대한 후불결제업무를 허용하고 진입규제(필요 자본금)를 완화해주며 오픈뱅킹과 청산제도를 법제화하였다.

논란 중 하나인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이용자에게 계좌를 개설하여 주는 방법으로 자금이체업을 하면서 별도의 등록 없이도 대금결제업과 결제대행업을 함께 영위할 수 있다.

또한 전자금융업 외에 일정한 외국환 업무, 본인 신용정보관리업(My Data)을 겸영할 수 있으며 소액의 신용공여(후불결제 인당 월 30만원 가능)행위도 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종합지급결제사업이 ‘금융’인가 아닌가이다.

금융위는 금융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일반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은행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은어를 예로 들어보자.

욕을 은유화하여 ‘이런, 십장생!’이라고 말을 했을 때 이것은 욕인가, 아닌가.

일반적으로 이 말은 십장생 본연의 의미보다 욕을 돌려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

계좌발급, 자금이체, 외국환, 후불결제, 신용정보 등을 다 취급하면서 금융으로 보지 않고 은행법이 아닌 전자금융법의 적용을 받으면서 모든 문제가 파생된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일반은행이나 전문은행에 비해 자본금이 적어도 세울 수 있고 규제사항도 금융위원회 ‘인가’가 아닌 ‘지정’으로 되며 이용자보호 측면에 있어서도 금소법이나 예금자보호법에서 제외된다.

간편결제 가맹점 수수료율도 신용카드보다 훨씬 높다.

만일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사기사건에 연루된 금융상품을 각종 금융규제에 적용되지 않는 종합지급결제업자가 판매를 중개했다면 금융사처럼 적극적으로 소비자보호 조치를 취했을까? 단지 모든 것을 편리하게 취급할 수 있다는 명분하에 이 모든 것들은 무시되어도 좋은 것일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결국 빅테크 기업인 N사 특혜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금법이 이대로 개정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은 너무나 많다.

전금법 개정으로 빅테크·핀테크 업자가 은행법이나 금소법 등의 적용 없이 금융 산업에 진출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 다중채무 양산, 경기침체 및 부실자산 확대에 따른 유동성 증가 시 피해가 전체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은 어떤가.

빅테크·핀테크의 금융 산업 진출로 소비자들의 창구 및 접점 확대가 한편으로는 고객들의 편익 증대로만 이어질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판매정책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고 금융전문성이 낮고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사업자의 난립으로 ‘소비자 보호의 질 하락’ 등 악영향이 초래될 것이다. 

또한 N, K 등 대형 플랫폼 업체에게 금융관련 규제 적용 없이 금융업 진출을 허용함으로써 금산분리 및 전업주의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인터넷, 유통, 금융을 아우르는 초거대 독과점 사업자를 양성함으로써 중·소 핀테크 사업자의 양성에도 어긋난다.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중국이나 미국도 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실감하고 적절한 규제책을 도입하고 있다. 

지역자금 역외유출 심화에 따른 지역경제가 악화될 우려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역금융기관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재무를 악화시켜 지역금융을 붕괴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지역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에서도 이에 관한 우려의 성명서를 낸 바가 있다.

개정안이 담고 있는 이러한 다양한 문제점들은 반드시 재조명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EU나 미국처럼 독과점금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금융시스템 안정성 보장 등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담겨져야 할 것이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들도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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