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하서면에 위치한 백련초등학교(교장 김중숙) 교사들이 교내에 학생들을 위한 교육생태학습 공간을 직접 기획·제작·운영하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백련초는 올해 현재 학생 수 16명(유치원 포함)의 농어촌 소규모 학교다.

천혜의 입지 조건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접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학생은 해마다 감소하면서 향후 인근 면소재지 학교와 통폐합될 폐교 위기 학교다.

하지만 백련초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여전히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앞으로 3년 후 폐교될 학교이지만 실천하고 있는 교육활동들은 신설 학교를 방불케 한다.

다양한 생태체험학습은 물론이고 전교생 과학발명품 탐구대회 출전 및 전교생 독서토론활동, 코딩교육으로 논리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등 학교 구성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학교 분위기는 매일 웃음꽃이 피어난다.

특별한 교사들과 학생들은 매월 깨어나는 병아리와 커가는 닭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닭장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까지 했다.

닭장 제작은 STEAM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과학, 실과, 미술, 국어의 여러 교과를 연계한 교육 활동이다.

학년군별 닭장을 지어 가장 손쉬운 경제동물을 길러보고 닭이 낳은 알을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닭장을 제작하기 전 닭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을 구상하고, 목재에 페인트칠을 하고, 닭에게 모이를 주기까지 모든 과정에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다.

올 3월 1일자로 백련초에 교장으로 부임한 김중숙 교장은 3월 첫 출근일부터 본 가장 놀라운 풍경은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를 보는 것이었다.

김 교장은 “지난 4월과 5월에 교내 부화기 안에서 병아리들이 계속 깨어나면서 가뜩이나 적은 학생 수로 적막한 학교 분위기를 병아리들이 채워주고 있다”면서 “이를 지켜보며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의 탄생을 지켜본 아이들이라면 감수성은 물론이고 생명체의 소중함을 저절로 알게 돼 소중한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교육 활동의 중심에는 교무업무를 맡고 있는 고동호 교사가 존재한다.

휴일도 자주 반납하고 열정을 쏟고 있는 고 교사는 “달걀 부화기로도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는 이런 생생한 체험활동이 많기 때문에 생명존중 교육이나 인성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신비로운 병아리 탄생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마음으로 느껴본 아이들이라면 누군가를 괴롭히고 상처 주는 행위 따위는 결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백련초의 특별한 공간은 또 하나 있는 데 바로 하우스 온실이다.

수많은 식물을 비롯해 사랑스러운 다육식물들로 가득찬 공간이다.

지난해 식물 온실을 만든 데 이어 올해는 학교폭력예방 어울림 교육의 일환으로 다육이 온실을 제작했다.

식물 온실 구축 전에는 창고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에 불과했으며, 남아도는 책걸상 등 온갖 잡동사니 물건들을 보관하거나 한쪽 귀퉁이에 식물을 약간 보관하는 게 전부였다.

이러한 비닐하우스 안에 탄소 호스를 걸고 온도를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너저분한 창고에 불과하던 비닐하우스는 단 1년 만에 식물의 보고로 탈바꿈되고 지금은 아이들의 생태 놀이터가 됐다.

온실 안에서 온갖 크고 작은 식물들을 감상하고 수시로 원예 체험을 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바로 고동호 교사를 비롯한 전체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고동호 선배교사의 솔선수범에 후배교사들이 참여하고 전 교직원이 함께하면서 식물 가꾸는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

이를 통해 백련초 아이들은 이렇게 동식물 기르기를 통해 생명의 가치를 알아가고, 심미적 감성 역량을 키우며 아름다운 학교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가족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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