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카프리스트의 반란'
# 스탈린의 집권, 악마 네차예프의 부활

인텔리겐챠의 대두 등 변증법적 서술··· 다섯명의 황제중심 전개

키로프-지노비에프 등 부하 희생
차리즘체제 결국 소련 붕괴로

1980년대 학번들에게는 민주화라는 무거운 주제가 짓누르고 있어서 군사독재 또는 부르주아 우파 연합 독재에 대한 반발로, 당시에는 엄연한 실세였던 소련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민주화운동과 별로 관련이 없는 제게도 그 영향은 미쳐서 강렬한 호기심에 읽게 되었습니다.

<김학준>의 이 책은 놀랍도록 철저히 객관적입니다.

1999년에 이 수정증보판이 나왔을 때 이미 소련이 붕괴하여 더 이상의 이념 논쟁이 필요 없어서, 제정 러시아가 직면했던 혁명이 요구된 절박한 상황은 사실적 서술을 해도 되었기에  본문만 882쪽의 장대한 명저가 나왔습니다.

18세기까지에 대해 간략한 리뷰를 끝내고, 러시아 역사상 최초의 혁명인 '데카프리스트의 반란'을 서술했습니다.

그들의 반란에 대해 소개하거나 언급한 많은 서적을 읽었지만 이책보다 정밀히 서술한 한국책은 아직 못 보았습니다.

이후 인텔리겐챠의 대두 등도 변증법적 서술을 보여줍니다.

<벨린스키>, <바쿠닌>, <체르니셰프스키> 등을 소개하고 전에 올렸던 <네차예프>를 잠시 소개하는데 그의 혁명가의 교리문답을 <레닌>이 모두 수용하였음을 알려줬습니다.

한국에선 <네차예프>에 대한 서적이 이 수정증보판보다 7년이나 출판이 늦어서, 지적 공백 상태에 있기도 했었습니다.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악령'과 '네차예프, 혁명가의 교리문답'이라는 두 책을 함께 소개한 적이 있었으니 검색 가능합니다.

19세기에 러시아에 나온 다섯 명의 차리(러시아 황제)의 성격이 순서대로, 약한 알렉산드르 1세, 강한 니콜라이 1세, 약한 알렉산드르 2세, 강한 알렉산드르 3세, 약한 니콜라이 2세로 이어지는 동안의 시간에 대해 탐구하고 이후 볼셰비키 혁명의 3거두, 즉 <레닌/트로츠키/스탈린>, 중심의 서술로 나아갑니다.

볼셰비키 당 중앙위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닌>의 결단으로 1917년 10월 혁명이 성공하나 이후 1922년에 <레닌>이 중풍으로 쓰러집니다.

혁명만을 꿈꾼 이상주의자 <레닌>이 죽고 <스탈린>이 집권하며 혁명가가 권력지향의 인물일 때 보이는 온갖 패악이 나타납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악령'에서 미리 선보인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낭만적 혁명가의 노력이 소용 없어지는, 아예 혁명이 없던 것보다 못할 수 있는 독재가 열립니다.

결국 인성이 가장 중요하였던 것이죠.

<스탈린>은 <악마 네차예프>가 부활한 인간형이었습니다.

강력한 정적이었던 <트로츠키>까지는 이해한다쳐도 <키로프>, <지노비에프>, <카메네프>를 시작으로 <부하린> 등도 희생되죠.

<부하린>의 죽음에 대한 회의로 상당수의 공산주의자의 사상적 전향이 이루어지고 결국 소련의 비극적 붕괴로 이어집니다.

제정 러시아, 즉 차리즘 체제가 오만, 둔감과 무지로 무너지는데 이는 지배층의 탐욕이 원인이었고 혁명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집권한 볼셰비즘이 집권 초기 불가피한 독재를 감안할 수 있지만, <레닌>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정상화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이후 더욱 잔인하고 거대해진 또 다른 차리즘이 되어 결국 붕괴해 버렸습니다.

이 장대한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되 기자 출신 경력을 살려 신문 구독자의 눈높이에 맞추고, 좌우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서술한 명저입니다.

극우에 반대하여 극좌가 나타나서 더한 막장을 만든 역사랄까요.

항상 중도를 상대로 정치해야 건강하다는 진리를 대선 국면에 다시 고찰하고 싶어서 올렸습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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