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건설사 대부분 재정 어려워
안전매뉴얼 제대로 마련못해
모호한 법해석 소송 우려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업체마다 '처벌 대상 1호를 피해야 한다'는 팽팽한 긴장감에 설 명절 연휴까지 겹쳐 도내 공사현장 대부분의 일손은 멈춰버린 상태입니다”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전북지역 건설현장 대부분이 ‘셧다운’에 들어갔다.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날부터 본격 발효됐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산업계 등 모든 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되자 혹여 '우리회사가 1호 처벌대상에 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건설업체 임직원들의 긴장상태는 여느 기업보다 강도가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대형 공사현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 포함되면서 전북지역 건설업체는 '일단 공사를 멈추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전주시내 J건설 S대표는 “우리 업체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오늘부터 안전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중장비 공사를 멈춰세웠다"며 "주요 공사는 멈추고 주변 정리 등 소소한 작업만 진행하다가 지금은 이마저도 손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제 막 시작되는 상황에서 안전체계를 갖출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며 “겨우 건설협회에서 실시한 안전교육과 회원사에 배포된 Q&A해설서 안내 정도를 숙지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건설협회 전북도회 관계자는 “어제까지는 건설사들이 안전교육과 Q&A해설서 안내 등에 치중하며 공사를 이어갔지만, 법이 시행된 오늘부터는 대부분 공사를 멈춰버린 상태”라며 “전북은 1109개(회원사 638개)의 종합건설사 대부분이 중소업체에 해당되기 때문에 공사에 대한 압박감도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현실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건설업체 간부도 있었다.

전주시내 토목ㆍ건축공사 업체 ‘O’건설사 K모 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오늘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법은 시행됐지만 실제 피부에 와 닿는 준비는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며 "큰 회사에서 안전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작은 회사는 이것을 벤치마킹해 샘플링화할 때 비로소 안전체계도 제대로 수립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로선 시행 초기 단계에서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K모 이사는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는 “도내에는 영세한 건설사가 많기 때문에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직원을 채용하는데 재정상 어려움이 많고 실제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영세업체들이 안전 문제를 제대로 갖춰나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조항도 문제이지만 처벌기준이 불명확해 현장에서 혼선이 예상된다”며 “모호한 법 해석은 각종 소송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경영책임자(CEO)를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하는 경우 1년 이상의 징역과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같이 받을 수 있다.

2명 이상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은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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