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국회 통과
근로자대표 이사회 구성원 참여
131곳 하반기부터 도입 시행
노동자 경영주체로 결정권 행사
차후 민간기업 확대 가능성 거론
노조가입 10% 불과 소수위한 제도
주주자본주의 체제 실효성 의문

노동자 의사결정 경제 감시 기능
노조간부 낙하산 인사용 악용
우리나라 노사 대립-갈등 현실
경영 전문성-신속성 저해 우려

노동현장 경험 이사회 의견 전달
재벌세습-방만경영 리스크 막아

공공기관 도덕적 해이 조작 우려
하위법령 제정시 조합활동 제한
협력-타협 단체교섭 통해 충분
민간 확대시 경영 걸림돌 작용

그 동안 재계와 노동계간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이 많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공기관에 근로자 비 상임이사를 반드시 두게 하는 노동이사제 법안은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비쳤고, 재계는 대선 표심에 의한 졸속 입법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통과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영향을 받는 공공기관은 131곳이며, 이들 공공기관은 올 하반기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노동자를 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노동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으로, 이사회에 참여한 노동이사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와 함께 개정법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추천 또는 동의를 받은 비 상임 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했다.

이사 자격은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로,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개정법의 적용 대상은 공공부문에 한정되기 때문에 법 시행 이후에도 민간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기업들은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와 기업 자율성 침해 등의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공부문 도입을 계기로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이사제 법안의 시행시기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로, 올해 하반기에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민간기업에 압력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고, 이는 경영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주주자본주의 체계에 근간을 두고 있는 국가에서는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규정한 사례가 없어 근본적인 제도적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도입 이후 실효성 논란도 확산될 우려가 높다.

2019년 OECD 조사결과를 보면,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조사 대상인 49개 주요 국가 중 14개에 불과하고, 이 중 중국을 제외하면 13개국 모두 유럽국가로 조사됐다.

이들 도입국가 중에서도 독일, 체코 등 6개국에서는 실질적 경영이사회가 아닌 감독이사회에만 노동이사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주주자본주의 체제에 근간을 두고 있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사회에 노동이사가 참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미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한 이들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데, 노동이사제는 자칫 이 10%을 위한 제도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시행 이후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이사제 인식조사 결과, 그 중 67.

0%는 노동이사제와 우리 경제시스템과의 정합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으며,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적용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61.

5%에 이른 것으로 경총은 주장하고 있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 36곳과 국민연금공단,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준 정부기관 95곳(통폐합된 한국광해관리공단 제외) 등 131곳이다.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일부 금융 공공기관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한국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은 기타 공공기관이므로 법적 대상은 아니다.


  ▲의미와 과제

공공기관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경영의사를 결정 부작용과 피해는 국민들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를 통해 공공기관 경영에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노동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경제와 감시 기능을 회복, 강화해 나가는 발판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노동이사제가 자칫 어용 노조 간부의 낙하산 인사용 감투로 악용되거나, 회사의 경정에 노동이사도 동의했다는 식으로 명분 쌓기에 동원될 수 도 있다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는 이사회를 노사 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다른 과제는 민간부문까지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다.

정부는 민간부문에도 의무화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며, 공공기관에 정착하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한발 빼고 있다.

재계에서는 무엇보다 민간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나오지 않을 경우 또 다른 갈등으로 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 환경

노동이사제도는 경영진이나 지배주주 등의 전횡을 경제하고 감시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또한 노동이사는 노동현장에서 경험을 토대로 이사회에 의견을 전달해 현장에 적합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

노동이사제는 정보교환의 매개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기업현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이고 공감대 형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신빙성 있는 정보 교환을 통해 기업 운영이 어려운 시기에는 노동자들이 양보하며 협조하고, 성과가 좋은 시기에는 노동자들도 함께 혜택을 누리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우리 사회가 노사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성숙한 사회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한 후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명백하다.

폐쇄성과 비민주성을 걷어내는 것으로, 그 방법이 바로 노동자의 참여이고 국민의 견제이며 그 시작이 바로 노동이사제"라고 밝혔다.

또 한 언론 인텨뷰에서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은 노사관계 힘이 지나치게 사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세습경영과 도덕적 해이, 방만경영 등으로 재벌 대기업 오너리스크가 다른 어느 나라 기업보다 크다"며 "지방정부 조례 개정을 통해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지방 공공기관 수가 올들어 50곳을 돌파했지만, 경제계가 우려하는 저런 부작용이 발생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더 많은 지역에서 노동이사제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계 우려

중소기업계는 법안이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를 통과된 점에 대한 유감을 피력했다.

그 동안 중소기업계는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의 주주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대립적 노사관계 현실과 부합하지 않음을 거듭 강조해 왔다.

섣부른 노동이사제 도입은 이사회를 노사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켜, 오히려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조작할 우려가 크다.

특히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저해하는 등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 분명해 민간에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향후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운용과정에서도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하위법령 제정 시 노동이사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활동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우리나라의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 상황에서 노동이사 선임을 의무화할 경우, 이사회까지 노사갈등이 확대되고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뿐 아니라 노사의 협력과 타협은 노사협의회 및 단체교섭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성노조가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의 이익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며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 도입 압력으로 이어지면 친 노동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도입 반대를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공공기관에 해당된다고 하지만 이 제도가 민간 기업까지 확대될 경우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면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유감”이라며 민간기업까지 확산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의 바람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 공공기관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노동조합의 목소리만 반영되면 오히려 경영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긍정적인 반응은 제도가 도입되면 근로자의 목소리가 직접 이 사회에 반영돼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이사제가 노조의 목소리만 대변하며 반쪽짜리 제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또, 한편에서는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운영 경험이 축적되기 까지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전문성이 결여되면 근로자 대표가 자칫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해 경제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권한만 공유되는 게 아니라 책임도 공유딘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충분한 경영참여 제도는 아니지만, 사회적책임성과 공익성을 중시하는 공공기관 운영으로 나아가는 기폭제다.

권한의 일부를 공유함으로써 노동조합도 공공기관 운영의 사회적 가치를 높일 책임이 같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옳다, 기업 활동의 자유와 노사 자치는 헌법적 가치다.

기업에서 경영의사결정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국가 개입은 필요한 최소에 그쳐야 한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협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양성배 노무사 인터뷰

개정된 법률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① 공기업의 비상임 이사 중 1인을 ② 3년 이상 재직한 해당 기관 소속 근로자중에서 근로자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것이며 ③ 한국전력 등 공기업 36곳, 국민연금 공단 등 준 정부기관 95곳 등 총 131개의 공공기관을 적용대상으로 한 제도이다.

즉, 131개의 공공기관의 재직근로자 중 1명이 비상임 이사의 지위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사실상 확정 된 현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찬반논거를 살펴보는 이유는 제도의 도입은 이미 확정 된 상황에서 이를 찬성한 사람과 반대한 사람 모두가 시험대 위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한 노동계에서는 결국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까지 확대하여, 기업경영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목표는 6개월 후 시행되는 노동이사제가 노사협력과 상생에 실패하고 모든 문제를 노동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민간기업으로 확대는커녕 제도의 유지마저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양날의 검임을 명심해야 한다.

불신과 불만을 가지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아직 시행되지 않은 제도가 우리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염려와 불만, 기대와 실망 등이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미 시행되기로 예정된 제도는 돌이킬 수 없다.

또한 우리는 현재 우리의 노사관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발할 노동이사제가 제도의 목적 그대로 서로를 이해하고 노사의 화합과 협력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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