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생이 대부분 이런 형태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태어나 어려서는 엄마 같이 좋은 게 없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그 엄마는 아직도 철없고 인격도 덜 성숙돼 배우고 고쳐야할 것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 몸에게서 난 아이에게는 그 엄마 같이 좋고 귀하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것이 세상에는 없다. 그러다가 10대쯤에 친구를 알게 되면서 친구 같이 좋은 게 없다. 같이 놀고 이해하며 받아주는 친구야말로
강남까지라도 가고 싶은 것이다. 영원히 변하지 말자고 손가락 걸고 도장 찍어 약속하지만 시간이 좀더 지나 몸과 인격이 성숙해지면서 이성을 알게
되면 애인같이 좋은 것이 없게 된다. 천하를 다 얻은 듯 행복하고 즐겁고 눈을 떠도 감아도 생각나고 어른거리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애인이다.
그렇게 사모하고 좋아하다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 같이 좋은 게 없다. 아기가 자라며 배우고 익혀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사는 맛을 느끼며
아이의 이상한 행동 하나에도 천재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한다.

나만의
천국, 나와의 세상, 아이와의 보금자리는 낙원의 일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몸이 점점 쇠약해지면
강하고 자신만만하던 분들도 마음까지 약해지면서 사람들을 의지하게 되고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지게 된다. 아이들도 어른도 친구도 누구도 좋다. 그러나
늙고 병들어 가는 사람을 아무도 환영해 주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건강이 떠나가는 것처럼 옆에 있어 주려는 사람들이 없다. 사는 것도 일하는
것도 노는 것도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자기들끼리이다. 이런 선 그어진 삶 속에 아들도 며느리도 딸도 사위도 손자도 심지어 배우자마저도 귀찮아지게
되는데, 여기서 인생의 외로움과 허무와 갈등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경제와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수명이 점점 늘어가고 있으나 정(사랑)이라는
것이 서구화되고 각박해져 가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사랑)으로 산다고
하셨다. 사람이 배가 고파서 외로운 것이 아니다.

어느새
겨울에 들어섰다. 찬바람이 불고 흰눈이 내리는 얼어붙은 겨울, 그러나 인정과 가슴만큼은 추위를 녹여내는 따뜻함으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요사이 물가가 자꾸 올라서 서민들이 살기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따뜻한 인정은 부유하고 특별난 사람보다는 보통 사람들에게서 더 많다는 것이다. 사람이 그립고 정이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이런
때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을 것이다. 한해가 마감되는 세모의 문턱에 주위를 한번쯤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면 한해의 마무리가 멋지지 않을까? 크게
부끄러운 마음으로 감히 제안해 본다.

/이병록 목사<전주새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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