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심리욕구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행위의 주체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자율성, 자신과 관계된 사회적 집단 속에서 만족스럽고 안전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관계성, 자신이 주변환경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 유능성.

이 세 가지 기본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스스로 동기가 일어나 다양한 활동을 추구한다고 한다.

전주시가 준비하고 있는 전환기 학교는 내가 중심이 되어 시작되고 세상 안에서 존중과 협동, 연결과 화합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 삶의 전환을 추구하는 생태적 시민성을 모토로,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변화를 준비하는 17세가 참여하는 학교이다.

자신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동시에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확인해가며 정체성을 확립하며, 지역 사회 안에서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해보며 생태적 시민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관계적 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생태적 시민성은 인간의 세 가지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서로 통한다.

전주시 대안교육기관들은 살아있는 관계적 배움을 실행하고 있다.

획일화된 학교 교육에 지친 학생에게 개별 맞춤으로 다양한 교육과정과 새롭고 흥미로운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청소년이 자신의 삶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연관된 인적 물적 자원과 연결함으로써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배움을 만들고 있다.

청소년은 자신이 안전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다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오르고 싶은 의지와 바람이 생기게 된다.

대안교육기관들은 신뢰로운 관계를 기반으로 대화를 통해 청소년의 자기 인식과 성찰로 배움을 불러일으킨다.

전주형 창의교육 야호학교는 인간 행복의 주요 가치인 ‘놀이’를 매개로 아동 청소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숲과 도서관, 예술공간, 학교밖 배움터, 학교, 부모, 지역주민 등 생활 터전인 마을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 관계를 제공하고 있다.

관계적 배움은 정서적 안정 측면과 살아있는 배움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대안교육기관이 전일제 학교형태로 운영해 교사가 학생과의 관계 형성 측면에서 학생의 정서적 안정감을 확보한다.

이러한 정서적 안정감은 청소년이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삶을 배우는 학교를 만든 덴마크 교육자 그룬트비는 안전한 관계에서 일어난 의사소통과 인간관계의 경험이 진정한 삶을 위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요즈음 학교 적응이 어렵거나 학교교육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부모를 설득해 가정학습이나 자퇴 숙려기간을 활용해 약 3개월 정도 등교를 하지 않고 지내볼 수 있다.

이 기간 집에서 쉬거나 자퇴 후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교 진학을 계획한다.

하지만 청소년 대부분은 혼자서 하는 공부가 어렵고 평범하게 졸업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학교로 복귀한다.

이런 3개월의 공백은 고스란히 학업 지연으로 이어진다.

이럴 때 전환기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자기 탐색과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통해 세상과 나의 관계를 살펴볼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준다면 어떨까.

인생의 모든 시기에는 전환의 지점이 필요하다.

다음 세대인 청소년이 학교를 넘어 전환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열려 있는 다양한 선택을 하는데 조금 더 자유롭지 않을까.

그렇게 청소년들이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소임 청소년 인문예술 '두 번째 교실, 가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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