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라와 지역발전 공약들이 줄지어 발표되고 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개발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 수소산업 발전 등이 주요 공약으로 선정됐다. 새만금개발에 대해서는 30년 넘게 끌어온 만큼 조속히 완공하고 새로운 첨단산업도시로 웅비하기를 고대하는 게 전북 도민의 바람이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지난 5년 간 정부 당국의 결단만 있으면 실행될 수 있었던 일을 이루지 못하고 새로운 대통령에게 짐을 넘긴 형국이 됐다. 지역의 낙후를 벗어나기를 바라던 도민으로서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전라북도는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64.8%의 지지율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건만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이루지 못하게 됐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결단을 내리면 될 일인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비단 대통령만이 공약을 한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공약을 했다. 제3금융중심지가 지정되면 부산이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부산 지역 야당 국회의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전라북도 정치인들은 전혀 이를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력을 탓해야 하는가? 

정부는 2020년 7월 30일 전북혁신도시를 국민연금기금에 기반한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선도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생동하는 혁신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을 결정하면서 이 같이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주무부인 금융위원회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제3금융중심지를 여건이 다 갖춰졌다고 해서 지정하려고 한다면 지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금융중심지로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악화되면서 지역언론에서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희망고문’이라고 자조 섞인 보도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지역 정치권의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전라북도로서는 가장 절실한 사업이기에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공약으로 반영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전북과 전주가 국민연금공단을 기반으로 하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전주에 금융관련 공공기관의 추가이전으로 자산운용중심의 금융특화도시 조성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고 공약을 했다. 윤석열 후보도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을 통해 전북을 연기금 특화 국제금융도시로 만들 계획”이라며 “연기금을 기반으로 자산운용중심의 금융으로 서울 및 부산과는 차별화된 금융도시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공약을 했다. 또한 공공기관 이전과 자산운용사 집적으로 금융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혁신도시는 1,000조 원에 가까운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생태계 조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운용사들에 대한 법률적 우대와 국제금융센터와 같은 물적 기반 등이 미비한 실정이다. 정부의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계획이 실행되려면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시급한 일이다. 지금 정부가 지정을 마무리하면 최선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새로운 정부가 임기 초에 지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 정부가 운용사들의 집적을 유도하고 운용사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국제거래를 용이하게 할 수 있으며, 외국 운용사들의 진출도 촉진할 수 있다. 금융거래에 관한 전문교육과 시민교육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금융공학과 정보공학, 법률학 등 관련 학문의 발전도 기대된다. 연금기금 운용을 연구하는 소위 ‘전주학파’의 형성과 활약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전북의 사활적 권리이자 새로운 금융산업발전의 토대이다. 낙후 전북이 새로운 금융산업을 토대로 다른 선진 시·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전북도민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 공약을 어기지 않고 정직하게 이행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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