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20대 대선은 금지어와 같다.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대선 결과에 대해 평가하거나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대선과정에서 느꼈던 우려와 걱정에 대한 한가지 푸념을 늘어 놓고자 한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에 하나는 이대남, 이대녀가 아닌가 싶다.

이십대 남성과 이십대 여성의 줄임말로 본질과는 다르게 마치 이십대 남성 전체가 페미니즘에서 시작된 역차별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여론을 호도 하며 이십대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기 하고 세력화 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잘못된 프레임이다, 프레임의 덫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인지언어학을 창시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학을 현실 정치에 적용한 화제의 베스트셀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통해 “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가?”라는 의문에 답하며,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신념이 왜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지 분석했다 .

우리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본능적으로 코끼리를 떠올린다.

떠올리지 말라는 메시지보다 코끼리라는 이미지가 더 크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에서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프레임의 덫이다.

프레임은 한번 갖히면 쉽게 빠져나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빠져나오려면 몇백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이나 언론에 의해 조작되기도 하고 통제되기도 한다.

프레임 전쟁에 사람을 동원하기도 하고 이를 세력화하기도 한다.

본질을 희석시키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적어도 미래세대 주역이며 더 많은 겸험과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며 성숙해 가야할 20대 30대를 프레임에 가두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를 강요하거나 서로를 갈라치고 갈등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대남 이대녀 차이가 있는게 아니다.

다 같은 20대 청년이다.

이대남이 중요하냐, 이대녀가 중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의 선택이 옳았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본격적으로 20대 30대도 정치의 주체로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선택은 다를 수 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러니 제발 기성정치인이 짜 놓은 틀 안에 가두려 하지 말라.

강요하지 말라.

그들에게 세상을 폭 넓게 바라보고 스스로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와 기회를 보장하기를 바란다.

/김진옥 전주시의회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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