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지업체 '브랜드 아파트' 전성시대

효자동 포스코더샵-엘드수목토
서부신시가지 코오롱 스카이타워
호반베르디움-우미린 등 밀집
아이파크 바구멀-태평동 등 곳곳
재건축 대형 건설사 선정 앞둬
혁신도시 대방디엔시티 최고층
에코시티 브랜드 아파트 빼곡
브랜드전 아파트서 변경신청
현대아파트→아이파크 붐 일어
브랜드따라 아파트값 좌우 인식

건설사 브랜드가치 올리기 앞다퉈
'직방'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
87.4% 브랜드따라 가치형성 영향
연령별 30대 90.2% 최다 응답
아파트 선택시 브랜드 중요 75.7%
도내 1군건설사 9년째 자취 감춰
주택건설 물량 감소 현실화로
토종업체 우수브랜드 확보 시급
기술력-시공능력 역량강화 필요

전북지역이 외지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도내 곳곳에 내로라할만한 1군 업체의 브랜드 아파트가 둥지를 틀고 있지만 내로라할만한 토종업체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도내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이나 기술력이 외지 대형건설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택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나름대로 시공능력과 기술력을 키워가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북의 우량 건설업체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건설산업 비중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큰 전북에서 1군 업체에 맞먹는 브랜드 아파트 하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주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외지 대형건설업체의 브랜드 아파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종업체만의 브랜드가 하루 빨리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며 역할과 방향성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외지업체 ‘브랜드 아파트’ 전성시대  

전주시 효자동의 중심상업지구인 서부신시가지 인근 삼천변을 따라가다 보면 코오롱글로벌의 ‘스카이 타워’가 브랜드 아파트의 스카이라인을 한껏 끌어 올리고 있다.

인근에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신원종합건설의 ‘아침도시’(서울 청담동에도 있음) 등 고층 브랜드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키재기를 하고 있다.

효자동 이동교 쯤에서 왼편을 바라 보면 삼천을 끼고 포스코건설의 ‘포스코더샵’, 엘드건설의 ‘엘드수목토’ 등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북도청 뒤편 대한방직 인근에도 ‘브랜드 아파트 촌’이 형성돼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를 비롯해 우미건설의 ‘우미린’, 호반건설의 ‘호반베르디움’ 등이 몰려있다.

전주시내에는 신도시와 구도심, 구축과 신축, 재개발과 재건축 할 것 없이 수많은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섰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서부신시가지를 벗어나 구도심으로 발길을 옮기면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의 구축 브랜드 아파트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대표적 재개발 사업지역인 전주시 서신동 한일고등학교 주변 바구멀 구역에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와 DL(옛 대림)의 ‘e-편한세상’이 지난 2020년 12월 준공돼 자리하고 있다.

전주 서신동 이마트 앞 감나무골 구역은 포스코건설의 ‘더샵’과 한라건설의 ‘한라비발디’가 들어설 예정이다.

구도심 태평동 태평1 구역의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도 오는 5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아이파크’는 삼천동 오성대우 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새로운 브랜드로도 결정됐다.

또 다른 재건축사업지인 효자주공에 GS와 롯데, 세경아파트에 DL, 삼천주공3단지에 코오롱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외지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선정을 앞두고 있다.

도교육청 쪽에서 바라보는 전주 효천지구 초입에는 ‘우미린’,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방노블랜드’ 등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또 전북혁신도시 한 중심에는 대방건설의 ‘대방디엔시티’가 최고층 위용을 뽐내고 있다.

완산구를 벗어나 덕진구로 들어서더라도 브랜드 아파트는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송천동 에코시티에는 입주민들 사이에서 ‘천금’과도 같은 세병호를 중심으로 태영건설의 ‘데시앙’, KCC건설의 ‘스위첸’, 포스코건설의 ‘더샵’, LG건설 ‘자이’ 등 브랜드 아파트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브랜드 아파트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건설사 이름 대신 아파트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던 때도 있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00년 용인시 기흥구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e-편한세상’이라는 이름의 브랜드 아파트를 선보였다.

이전의 ‘대림 아파트’를 ‘e-편한세상’으로 바꾼 것이다.

단지 뒤편 야산에 착안, 공원 안에 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파트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담았다고 알려져 있다.

같은 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업계 처음으로 ‘래미안’이라는 아파트 BI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인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

아파트 브랜드가 지금처럼 자리를 잡은 지는 불과 10년이 안 된다.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서 브랜드 변경 신청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전주시내에서는 덕진구 송천동 등 일부 동(洞) 지역에서 현대건설의 ‘현대아파트’를 ‘아이파크’(IPARK)로 바꾸려는 바람이 불었고, 실제로 아파트 외벽에 이 브랜드를 덧칠했던 때가 있었다.

어떤 브랜드 옷을 입느냐에 따라 아파트 값이 좌우될 것이라는 입주민들의 작은 소망이 반영된 사례다.

현 전주시 효자4동 아르팰리스 휴먼시아 8단지도 건립 초기에 시공사 서희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개명신청을 위한 입주민 서명을 받았으나, 기존 브랜드를 선호하는 입주자들의 다수 의견 때문에 무산되는 사례도 있었다.

아파트 이름은 브랜드 옷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욕구처럼 주택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주택 수요자들 “브랜드 아파트 최고”  

최근 몇 년 새 아파트 브랜드를 변경하거나 BI(brand identityㆍ브랜드 이미지 통합화 작업), CI(corporateidentityㆍ기업의 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를 새로 디자인하는 주택건설사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요자들의 욕구를 맞추기 위한 경쟁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건설사들이 가치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리브랜딩(rebrandingㆍ소비자의 기호나 취향,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기존의 제품이나 상표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을 가리키는 말)하며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탄탄한 재정능력과 풍부한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우수한 입지에 들어서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설계나 마감재, 조경, 커뮤니티 시설, 첨단 시스템 등 단지 설계에서도 경쟁력을 갖춘다.

이 때문에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게 형성되고 있으며, 실제로 가치와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관련 최근 직방이 어플리케이션 이용자 1천143명을 대상으로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설문조사 한 결과 아파트 브랜드가 아파트 가치(가격) 형성에 얼마나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7.4%가 ‘영향 있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응답은 8.0%, ‘영향 없다’는 4.6%에 그쳐 10명 중 9명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아파트 브랜드가 가치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90.2%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해 다른 연령대보다 아파트 브랜드가 가치(가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역별로는 인천 거주자 군에서 아파트 브랜드가 아파트 가치(가격) 형성에 영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이 92.3%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선호하는 아파트 브랜드가 있다고 답한 응답군(94.6%)에서도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선호 브랜드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68.0%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해 선호 브랜드 유무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브랜드가 아파트 선택 시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5.7%가 ‘중요해졌다’고 응답했다.

‘변화없다’는 13.4%, ‘중요해지지 않았다’는 10.9%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 78.5%, 50대 78.5%가 중요해졌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아파트 선호 브랜드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 834명 중 아파트 브랜드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로는 ‘단지 내부 품질 및 설계구조’라고 답한 응답자가 37.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브랜드 이미지 및 인지도 31.3% △시공능력 및 하자 유지보수 18.2% △단지 외관 및 디자인 10.0% 등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30대는 아파트 브랜드 선택 시 중요한 요소로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37.1%)를 단지 내부 품질 및 설계구조(31.2%)보다 우선시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주시내 신도시와 구도심에도 구축과 신축을 가리지 않고 외지 대형주택건설업체에서 준공을 마친 브랜드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일부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에서는 브랜드 아파트를 놓고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입주자들 사이에 잡음이 발생해 심각한 갈등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직방은 “건설사들의 브랜드 정비가 한창인 가운데 수요자들도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보다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중요도도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많은 만큼 브랜드에 대한 가치 제고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업체 ‘토종 브랜드’ 주택건설 역량 키워야 

전북지역 건설산업의 체질개선과 1군 건설업체 배출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외지 대형건설업체가 도내에 입성해 독식하고 있는 ‘브랜드 아파트’를 토종업체가 짓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전북에는 2022년 현재까지도 시평액 6천억원 이상의 1등급(1군) 업체가 아직 없는 상태다.

도내에 1군 건설업체는 벌써 9년째 자취를 감춰버렸다.

지역 건설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이다.

전북처럼 건설업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곳에 굵직한 1군 건설사 하나 없다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장해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전북에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 아파트 건설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주택경기가 악화되자 대형 건설사들은 지방으로, 지방으로 진출을 거듭하며 브랜드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지역 기반의 지방 주택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볼멘소리를 쏟아낼 뿐이다.

전북에서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건설 물량을 빼앗기는 것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전북의 지역업체들이 대형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지방 정비사업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아파트를 앞세워 수주 물량을 독식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이나 입주민들 역시 브랜드 아파트에 높은 점수를 주고,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을 반기는 현실이 돼버렸다.

전북지역에 들어와 브랜드 아파트를 독식하는 외지 대형건설업체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법은 업체들 스스로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키워 토종업체 만의 우수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다.

토종업체가 자기 지역에서 더 많은 주택건설 공사를 도급 받기 위해서라도 기술력과 시공능력은 중요하다.

한 전북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 건설사끼리 경쟁해야 할 사업에도 외지 대형주택건설사들이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해 지방업체들의 수주가 쉽지 않다”며 “지역에서 브랜드 아파트를 지어보려고 해도 마땅한 기술력이나 시공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북지역에서 민간주택 건축공사를 싹쓸이 하는 외지 대형주택건설업체에 맞설 수 있는 지역건설업체의 역량 강화와 하도급 의무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쟁력 확보와 제도 개선을 통해 1군 건설업체가 만들어내는 ‘브랜드 아파트’를 지역업체도 당당히 선보일 수 있도록 한다면 외지 대형건설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지역 건설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신우기자 lsw@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