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각종 고시나 대학입시의 단골 출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익산의 미륵사지석탑에 대한 것이었다.

객관식 문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주요 지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석탑”, “현존하는 최대 석탑” 등이었다.

이렇다 보니 국사 시험을 쳐본 사람이라면 미륵사는 몰라도 미륵사지석탑의 특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암기식 교육의 덕택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 역시 미륵사지석탑의 의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잘 기억하고 있다.

익산, 그것도 금마와 매우 가까운 왕궁이 고향인 필자는 고향을 오갈 때마다 미륵사지 석탑을 보러 가곤 했다.

쓰러져 가는 탑, 생각 없이 시멘트로 땜질한 탑, 그리고 복원되어 가는 탑을 지켜봤다.

이런 미륵사지석탑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게다가 미륵사가 사라진 황량한 터에 홀로 남은 미륵사지석탑은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 비해 너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미륵사지석탑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큰 석탑이라고 하지만 사실 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이방인 같다.

아마도 그 위상에 걸 맞는 사찰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20여 년 전부터 필자의 마음 한 구석에는 “왜 미륵사를 복원하지 않는 것일까?”, “미륵사지석탑과 함께 미륵사를 복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몇 해 전 미륵사의 실물 모형을 봤을 때는 미륵사 복원은 정말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륵사의 복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를 재건한다는 의미가 가장 클 것이다.

복원된 미륵사는 전북의 랜드마크가 되어 미래의 전북의 역사가 될 수도 있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 때 지어진 것으로 백제 최대 규모의 절이었다고 한다.

절터가 무려 400만 평 정도였다고 하니 복원 후를 상상해보라.

미륵사의 복원은 미륵사지석탑에 역사성을 더할 수도 있다.

미륵사지석탑만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부족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미륵사를 복원한다면 미륵사지석탑은 그 의미가 완성된다.

더 나아 미륵사의 복원은 전북에 남아 있는 백제의 흔적을 찾고 부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백제 미륵사와 신라 황룡사의 복원을 공약한 바 있으며 얼마 전 문화재청은 윤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미륵사와 황룡사의 복원에 대해 업무보고를 했다.

미륵사 복원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미륵사의 규모를 볼 때 전라북도와 익산시의 재정만으로는 미륵사 복원에 한계가 있다.

전라북도와 익산시의 복원 의지가 강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다.

재정적 한계와 더불어 미륵사의 고증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추진 과정에 난관이 없을 리 없다.

그럼에도 미륵사의 복원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지금 당장이라도 ‘미륵사 복원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

내년 국가 예산에서 최소한이라도 미륵사 복원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윤 당선인이 공약까지 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처음 예산은 미미하더라도 상관없다.

극히 일부라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복원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공무원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전북의 명운 및 자존심을 걸고 적극적으로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우선순위에서 황룡사의 복원에 밀려서도 안 된다.

전북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다.

전북 출신의 국회의원들은 ‘미륵사복원지원특별법’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미륵사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륵사를 생각해본다.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가 그려진다.

미륵사의 복원을 통해 전북에서 백제의 부흥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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