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보는 전주국제영화제

28일 개막 56개국 영화 관객조우
방역최우선 오프라인 행사 정상화
3년만 전주돔 부활 개폐막식 진행
대중성있는 작품 유명배우 참석도

한국영화 섹션 이창동 등 특별전
윤상호감독 프로그래머 참여해
국제경쟁 10편 중 6편 여성 연출
한국경쟁 본선 9편-단편은 25편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진행된다.

영화제는 31일 상영작 발표회를 통해 올해 영화제 성격과 주요 섹션을 공개했다.

올해 영화제는 총56개국 217편을 만날 수 있다.

해외 123편, 국내 94편, 장편 143편, 단편 74편 등이다.

섹션별로 보면 월드 프리미어 61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4편, 아시안 프리미어 63편, 코리안 프리미어 47편, 온라인 상영작 해외 69편, 국내 43편 등 총 11편 등이다.

올해 영화제는 해외 60여명과 국내 약2,000명의 게스트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화제가 본격 시작되기 전 상영작 발표회를 통해 올해 영화제 성격과 주요 섹션을 알아보자.
/편집자주  

 

▲ 올해 영화제 특징

올해 영화제도 코로나 위기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희망과 예상과 달리 코로나 위기는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영화제는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행사를 준비했다.

올해 영화제는 고강도 방역을 수행하며 오프라인 행사를 정상화하는 것으로 방향점을 잡았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영화를 이야기하는 영화제 본연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준비로 전문 의료인과 방역 행정 전문가도 된 방역자문단을 구성했고, 안전한 오프라인 영화제를 위한 매뉴얼도 구축했다.

코로나 이전 전주영화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잡았던 전주돔과 부대공간이 다시 조성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돔이 3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전주돔은 지난 2017년 전주영화의거리에 조성된 돔 형태의 공연장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2019년까지 2년간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개최되는 상징적인 장소로 쓰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020년과 2021년에 연이은 미운영 결정이 내려지면서, 광장의 존재가 사라졌다.

올해 영화제는 오프라인 개최 의지를 확고히 하고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전주돔의 부활을 결정했다.

이곳에서는 개폐막작을 비롯한 행사들을 정상적으로 치르게 된다.

개막식에는 전주영화의거리 전체를 활용한 레드카펫 진행을 통해 영화인과 관객에게 영화제 현장감을 강화해 제공한다.

지난 2년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게스트 초청 규모도 정상화했다.

방역 당국이 최근 해외입국자의 방역 수칙을 완화하면서 해외 게스트 초청이 어려움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영화 특별전과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에 포함된 대중성 있는 작품들로 인해 인지도 높은 국내 배우들 참석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온라인 위주로 진행해 온 프로그램 이벤트도 게스트 정상 초청으로 오프라인 현장에서 관객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기대되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외부 협력의 다양화를 꾀한다.

우선 한국영상자료원, 서울독립영화제와 프로그램 협연이 이뤄졌다.

전주정보산업진흥원과 함께 전주 컨퍼런스 및 마스터클래스를 함께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과는 VR 기술과 영화적 상상력의 결합을 주도한 VR 영화를 협력, 발굴, 제작 지원하는 방향에 대해 합의했다.

내년 전주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또 영화제 상징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도 외부 협력사와 협업을 통해 제작 규모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행사 분위기를 기간 내내 지속하기 위해 영화제 후반부 부대행사로 음악페스티벌을 민트페이퍼와 함께 준비중이다.

코로나19가 만든 영화제와 음악페스티벌의 특별한 협업은 단순한 공조 유치를 넘어 장르적 크로스오버이자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우리 일상회복을 웅원하는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지난 해 처음 지역 공동체상영 단체와 협업으로 진행한 골목상영은 조금 더 확장할 계획이다.

영화제 기간 중 100주년을 맡는 어린이날에는 국제아동권리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올해는 어느 해보다 타 기관, 단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과 행사가 늘어난다.

위기 속에서 뜻을 모아 공생의 방향을 찾으려는 의지가 과정에 포함됐고,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모여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로그램도 보다 특별해진다.

올해 한국영화 섹션에는 세 개의 특별전이 열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특별전 ‘이창동: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에서는 프랑스에서 제작된 이창동에 관한 신작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이창동 감독의 신작 단편 ‘심장소리’, 그리고 그의 영화 전편이 상영된다.

두 번째 특별전인 태흥영화사 회고전인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는 지난해 타계한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를 기리며, 1980년대부터 1990년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태흥영화사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또 ‘오마주:신수원 그리고 한국여성감독’에서는 신수원 감독의 신작 ‘오마주’를 중심으로 한국영화사 속 여성감독들을 주목했다.

이 세 개의 특별전은 세계 영화사 흐름 속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제21회 영화제 이후 잠시 자취를 감췄던 ‘시네마톨로지’ 섹션의 취지를 되살려 새롭게 시작하는 ‘시네필 전주’는 영화사, 감독, 배우, 영화제작 등 영화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다룬 작품들을 상영한다.

특히 올해는 고전영화와 신작을 짝지워 상영해 영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고찰이 가능하도록 특별히 기획됐다.

4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여기에 월드시네마 섹션의 미니 섹션인 ‘밀란 쿤데라, 문학과 영화 사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밀란 쿤데라에 관한 신작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또 그의 문학작품과 영화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1960년대 고전 체코영화들도 소개한다.

존재의 가벼움을 참을 수 없는 이들에게 밀란 쿤데라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지난 해 류현경 배우에 이어 올해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윤상호 감독이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참여하며 관객과 함께 관람하고 싶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관객에게 자신의 영화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영화들을 공유하고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특별전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 오마주 신수원 그리고 한국여성 감독과 함께하고 어린이날에는 전주돔에서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의 복원판을 특별상영 형태로 무료 상영한다.

또 서울독립영화제와 협업으로 ‘서울 독립영화제:2022쇼트 옴니버스 챌린저’ 작품을 상영한다.

이밖에도 각국 대사관, 문화원 등 관련단체 및 기관과 협업을 통해 보다 다양하고 문화가 관객에게 닿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개막작_애프터 양_After Yang
개막작_청춘을 위한 앨범_Album_for_the_Youth
개막작_사랑의 고고학_Archaeology of love

▲ 올해 영화제 개폐막작  

올해 영화제 개막작은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이다.

지난 2017년 데뷔작 ‘콜럼버스’에 이어 최근 OTT를 통해 방영 중인 ‘파친코’를 연출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계 감독인 코고나다는 감독이 되기 전에는 위스 앤더슨, 오지 야스지로, 스탠리 큐브릭 등을 포함한 유명 감독에 대한 비디오 에세이를 제작하며서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던 영화작가이자 학자였다.

특히 예명인 코고나다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시나리오 작가인 고고노다의 이름을 변형해서 만들었을 정도로 그는 오즈 야스지로에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애프터 양’은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원작 ‘양과의 안녕’을 영화화 한 것으로 정적이고 미니멀한 SF라는 독특한 연출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제이크 역을 맡은 콜린 패럴은 인생 연기라 해도 좋은 만큼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계 배우인 저스틴 민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 로스엔젤레스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작곡가 아스카 마쓰미야와 거장 시카모토 류이치가 함께 만든 영화음악 역시 명상적이고 긴 여운을 남기며 작품의 감동을 더해준다.

폐막작은 캐나다 출신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이다.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풀 타임’은 비정규직 직장에 다니며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의 극단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집값을 절약하고자 대도시근료로 먼 출퇴근길에 올라야 하는 사람들,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단절을 겪어야 하는 여성 근로자들, 그 와중에 벌어지는 파업과 구직난은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과 함께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의 긴박함을 배가시키는 전자음악과 라디오의 파업뉴스, 그리고 핸드헬드 카메라를 통한 주인공의 불안까지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연출력도 뛰어나지만 주인공 로르 칼라미의 열연이야말로 이 작품을 가장 빛나게 만든 요소라 할 수 있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촌티 부문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폐막작_풀타임_Full Time

▲ 국제경쟁과 한국경쟁

올해 국제경쟁 섹션은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영화 가운데 아시아 최초 상영되는 작품을 대상으로 예심을 거쳐 총10편을 초청했다.

젊은 영화인들이 만든 다양한 장르이 패기 넘치는 작품들이 자리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편 중 6편이 여성 감독 연출로 선정돼 여성 연출자의 약진이 계속된다.

한국경쟁은 지난해에 이어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힘겹게 버티고 있는 한국 독립영화의 현실을 드러내는 장이 되고 있다.

코로나가 3년 이상 지속되면서 영화들의 분위기도 변화됐다.

지난 수 년간 영화 흐름이 사회 부정의와 모순 등 외부 세계에 관심을 쏟았다면 최근엔 가족 이야기, 사랑 이야기처럼 내적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창작자 스스로 내면을 영화의 중심에 놓는 영화도 많아졌다.

전통적인 예술영화 서사 대신 장르적인 내러티브 전략을 추구하는 영화도 늘었다.

생존전략에 따른 것인지, 취향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모르지만 형식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이어진 것은 확실하다.

올해 한국경쟁 본선에는 9편이 올랐으며, 변화의 파고 속에서도 자신의 진실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주어진 현실로부터 한발짝 더 나아가려 한다.

이는 코로나 이후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국단편경쟁의 경우 25편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연애, 가족관계의 이면을 엿보는 주제가 앞도적으로 많았다.

내밀하고 독립적인 관계가 불러 일으키는 긴장과 불협화음이 그 자체로 영화에 매혹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이미지와 긴밀히 조응하며 감응을 불러 일으킨다.

연인과 부부의 고나, 부모와 자녀간 갈등, 결렬되고 이별한 사람들을 중심에 놓은 한국단편부분 선정작들은 무도 과잉과 혐오에 함몰되지 않은 채 연결 그리고 유대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담담히 제시한 작품들이다.

이들 중에는 신선한 착상, 세련된 감수성, 유려한 촬영 등으로 높은 완결성을 보이고 있으며, 불균질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거부하기 힘든 정감과 사랑스러움으로 마음을 낚아챈 작품도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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