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전주시 완산구청장
/김병수 전주시 완산구청장

봄이다.

하얗게 피어난 목련에 이어 벚꽃의 꽃망울이 소담스럽다.

장기적인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생활을 이어왔던 우리는 수많은 담금질로 단단해지듯, 더 크고 빛나는 희망으로 새봄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환기, 영업제한, 사적모임 등 지켜야 할 수많은 방역지침 속에서도 묵묵히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었다.

아직도 맹위를 떨치는 확진자 수를 마주하면 불안을 떨칠 수 없지만 2년여간의 사투가 점차 끝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렇게 된다면 梅經寒苦發淸香(매경한고발청향), 즉 추위를 이긴 매화가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시경의 구절처럼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봄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시간이었지만, 사실 골목골목 시민들을 만나고 현장을 다니다 보면 언제부터인가 코로나19를 생활 속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꿋꿋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일상 회복은 이미 우리 시민들 스스로 이뤄내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지역사회, 기관, 모임, 단체 할 것 없이 많은 일정들이 코로나19로 취소되는 중에도 숨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계속되었다.

사람이 그립고 생활이 곤란한 어르신들에게 든든한 반찬을 배달해왔고, 또 도움이 필요한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새 학기 학용품을 전달하며 새 출발을 응원했다.

무엇보다 영업 제한으로 본인의 생계도 위협받는 속에서도 정기적 후원을 멈추지 않았던 ‘우리동네 착한가게’, 민관이 협력하여 아동 청소년의 주거환경을 개선한 ‘행복한 집 프로젝트’, 어려운 아이들을 엄마처럼 챙겨주던 ‘해바라기 봉사단’의 반찬 봉사, 식재료와 음식을 나누는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 등 이웃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나’보다 ‘우리’의 가치를 실천해준 많은 단체와 시민들의 사랑을 잊을 수 없다.

위기보다 강한 것은 상생과 연대다.

어려운 중에도 많은 봉사자들이 독거노인들의 주택에 ‘사랑의 초인종’을 달고 요구르트를 배달하며 살뜰히 안부를 챙겼고, 새활용된 반려식물로 우울한 어르신들을 위로하는 등 어떤 위기 앞에서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과 행동만큼 강한 것은 없음을 증명했다.

일상으로의 회복에 한 걸음 다가선 이때, 우리는 또 한 번 그 상생과 연대의 힘을 꿈꾼다.

지난 상처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우리가 끝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울타리는 서로에 대한 사랑임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서로를 마주보며 손을 맞잡고 따뜻하게 위로하자는 것이다.

우리 지역 곳곳에도 따스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자치의 뜻을 세우고 추진해가는‘마을정원 가꾸기’,‘활짝 웃는 얼굴 콘테스트’, ‘완산공원 산책로 건강걷기대회’등 다가오는 봄날을 더욱 빛나게 할 작지만 행복한 계획들이 지역사회를 설레게 한다.

한때 현대문명의 가장 큰 목표는 더 빠르게, 더 앞서 나가는‘속도’에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가르쳐준 평범한 사실이 있다면, 조금 느리더라도 지금 있는 그대로의 평화가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내 가족, 내 이웃, 내 마을을 한번 더 돌아보며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면, 멈췄던 일상의 시간을 더 빛나는 가치로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곧 완산칠봉의 꽃동산에 꽃대궐이 피어날 것이다.

한동안 멀리서만 바라보던 그 꽃들의 향기가 우리 코끝에 와닿기를, 향기만큼 따사로운 희망의 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병수 전주시 완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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