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메마을~구담마을 구간
비대면 안심관광지 선정돼
김용택시인 삶-흔적 남아
13회 풀꽃상 수상 느티나무
김용택생가 회문재 볼거리
매화-산수유 등 풍경 장관

▲ 김용택 시인이 심은 작은 느티나무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진메마을에서 구담마을에 이르는 구간은 여기저기 피어있는 들꽃, 산수유와 매화꽃이 만개해 있어 봄 정취를 느끼며 코로나19로 지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걷기 좋은 길입니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봄내음을 맏으며 걷다 보면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의 다양한 시와 작가의 삶과 그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21년에 한국관광공사가 '비대면 안심관광지'로 구담마을을 선정할 만큼 섬진강 자연풍광과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입니다.

▲ 진메마을에서 바라본 섬진강

전북 진안군 백운면의 데미샘에서 발원한 실낱같은 물줄기는 구림천 등과 만나 물 맑은 섬진강의 모습을 드러내며 제법 강물답게 굽이쳐 휘도는 임실 진메마을은 시인 김용택이 나고 자란 곳인데요. 길 장(長) 메 산(山), 긴메를 주민들이 진메라 불러 진메마을이 됐습니다. 마을의 모든 집에서 강까지는 몇 걸음 되지 않는 전형적인 강마을로 시인은 이곳에서 주변의 산과 들, 나무와 풀, 강물과 논밭을 노래했습니다. 시인이 '서럽도록 아름답다'고 했던 강변이 바로 이곳입니다.

 

▲ 제13회 풀꽃상 받은 정자나무

우리나라 마을 어귀마다 서 있는 모든 정자나무를 대표해 제13회 풀꽃상을 받은 느티나무 앞에서 섬진강길 걷기 여행을 시작하였는데요. 인적 드문 섬진강 길가에는 들꽃이 지천입니다. 진메마을에서 강을 따라 천담마을까지 걷는 길은 풀숲을 양옆으로 하고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데요. 마을을 떠나 사드락사드락 걸으면 길에 표지판이 있습니다. “이 길은 이제부터 시인의 길이다. 그리고 이 길을 가는 사람은 모두 시인이 되는 거다.”
 
 

▲ 김용택의 작은 학교 회문재

섬진강이 흐르는 진메마을 강 언덕에 자그마한 한옥 한 채가 강물을 내려다보며 고즈넉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 자그마한 집에서 김용택 시인은 태어나고 자라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데요. 글이 돌아온다는 '회문재' 방에서 그는 '섬진강' 연작을 쓰면서 ‘섬진강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정서적 균형과 절제된 언어로 농촌의 일상을 정겹고 격조 있게 시로 표현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62년에 처음부터 끝까지 마을 사람들의 힘을 모아 지은 김용택 생가(회문재)는 임실군에서 2019년 복원하여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천담마을 '동자바위' 이야기

천내리와 구담리가 합쳐져 행정구역상 천담리가 됐지만 마을사람들은 천담과 구담을 혼용해 부르는데요. 이 모두 물과 관련된 지명으로 활처럼 휘어 흐르고 못(潭)처럼 깊은 소(沼)가 많다고 해서 '천담(川潭)'마을, 강줄기에 아홉 곳의 소(沼)가 있다고 해서 '구담(九潭)'마을이라 합니다. 이름이야 어쨌든 섬진강 줄기를 두른 마을은 풍광이 아름다워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천담마을에는 ‘동자바위’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요. 사냥길에 한 처녀에게 반한 총각이 처녀를 다시 보러 가다가 두꺼비 나루가 범람하여 가지 못하고, 두 사람이 상사병을 앓다가 끝내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총각이 죽은 후 마을 앞에는 총각모습을 닮은 동자바위가 나루 건너에는 총각을 그리워하다가 죽은 여인의 바위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 구담마을 입구에 핀 봄꽃

섬진강 상류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꼽자면 방금 지나온 진메마을에서 천담마을을 지나 구담마을에 이르는 구간이 으뜸인데요. 그 구간의 끝인 구담마을은 아홉 개의 물굽이가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답게 아름다운 강마을입니다.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강풍경은 물소리와 어우러져 눈과 귀가 즐거운 곳입니다. 이곳에 봄이 오면 마을 입구에서부터 마을 뒤까지 심어놓은 매화가 만개해 강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절경을 이룹니다. 노란 산수유와 어우러진 다양한 들꽃과 하모니를 이뤄 더욱 매력적입니다.
 
구담마을 입구에는 상춘객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마련되어있는데요. 이곳에서 동네 주민들이 마련한 책도 잠시 펼쳐보고 김용택 시인의 시도 읊조리며 봄의 나른함을 느껴보기 좋은 곳입니다.

섬진강을 따라 구릉과 비탈에 자연스럽게 핀 임실 구담마을 매화꽃은 화려함을 자랑하는 광양의 매화마을과는 다른 신비한 세계로 인도하는데요. 매화를 감상해야 할지, 강물 소리를 들어야 할지 눈과 귀가 바쁩니다. 산과 강이 한 폭의 수채화를 담아낸 듯 섬진강과 어우러져 톡톡터진 매화의 아름다운 자태는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줍니다. 

당산나무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강 풍경은 섬진강 전체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데요. 특히 요금 같은 봄날의 풍경이 그렇습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과 그 물을 건너는 징검다리, 강둑에 무성한 지난 가을의 억새와 새로 돋은 초록의 풀, 신록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나무들, 이 자리에서는 딱히 무엇을 봐야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풍경입니다.

 

▲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구담마을 징검다리

징검다리 가는 곳을 따라 섬진강변에 이르니 찰랑찰랑 물소리에 귀가 즐겁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징검다리는 넘쳐 성큼성큼 건너지 못해 아쉬웠지만 여름철에 다시 찾아 강물에 발을 담근 채 강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느끼며 한가로운 여름날을 보내봐야겠습니다. 임실에서 유명한 다슬기도 잡아보고요. 

진메마을, 천담마을, 구담마을로 이어지는 섬진강변의 맑고 푸른 물빛이 지난 가을의 억새와 새로 싹이 돋은 버드나무의 신록과 어우러져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진메마을에서 구담마을까지 봄을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들으며 느긋하게 여유를 즐겨보았는데요. 섬진강 자연풍경과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에서 걷는 즐거움을 느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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