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조 전북시인협회장
/김현조 전북시인협회장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선진국의 정의는 무엇인가? 과학기술, 의료수준, 정치수준, 보편적 복지 등이 중요한 기준이지만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인권이 존중되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시민의식과 언론의 투명성과 사회적 풍토 등을 꼽을 수 있다.

선진국이라 함은 경제력만 따지지 않는다.

중동지역의 석유와 자원 부국 중에는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국민소득보다 두 배가 되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그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이란 정의에 대한 많은 지표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확실하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 살아보았고, 많은 나라를 방문했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우가 다르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 스스로 국격을 낮춰보고 구미 국가를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할 필요 없다.

스스로 열등감에 빠질 필요도 없다.

이건 겸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선진국이라면 중산층이 강하고 폭넓게 자리해야 한다는 것은 이견이 없다.

이 부분에서는 구미 국가와 차이가 난다.

몇 년 전에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언론에 소개되어 우리의 편향성을 인식하게 한 내용이 있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희망한 중산층 기준이 많이 달랐다.

자신의 주장이 떳떳할 것, 사회적 약자를 도울 것,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것,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보는 비평지가 놓여 있을 것, 페어플레이할 것(공정성), 자신의 독선을 지니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불평불법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 주간에 한 번의 가족 외식을 할 것, 자녀들이 고교를 졸업하면 자립시킬 것, 외국어 하나 정도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의 경험을 갖출 것, 한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것,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을 접대할 줄 알 것, 사회봉사에 참여하여 활동할 것,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 등등이다.

매우 건강한 문화 정서가 바탕이 된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직장인 대상 설문 조사 결과이다.

1)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2) 월급 500만 원 이상, 3) 자동차 2000cc급 이상, 4) 통장 잔고 1억 이상, 5) 해외여행 1년에 1회 이상 등이다.

비교 대상의 나라와 판이하게 다르다.

상대적으로 사회문화에서 선진적이라고 할 수 없고, 경제 평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지역에서는 노동문제, 교육문제, 청년문제, 여성문제, 불평등문제, 탈산업 자본주의와 도시공간의 재편문제,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 환경문제, 농업과 먹거리 위기문제, 범죄문제, 다민족과 다문화 사회, 소수자 차별문제, 마지막으로 인권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런데 지방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점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

거의 대동소이하게 경제와 예산을 앞세워 건설과 개발로 귀결되고 있다.

그만큼 지역문제, 후보자의 역량 등이 한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후보자들은 당선이 목적이라서 인기주의 공약을 막말 수준으로 뱉어내고 있다.

언론은 막말을 사실관계 확인없이 그대로 받아 적고 있다.

전북에는 인구 비례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문사들이 난립하고 있으면서도 언론사의 책임을 하지 못함으로써 유권자를 우롱하고 있다.

유권자인 시민들에게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모아보면 우리 지역은 금방 선진지역이 될 것 같다.

소득은 높아지고 도시마다 편의 시설과 마천루가 들어서며 곳곳에 관광객이 모여들어 일자리가 넘쳐나고 거주 인구가 늘어나서 소비가 활성화될 것 같다.

이렇게만 된다면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진실로 바라고 소망하며 기대가 된다.

다만 그 공약들에게서 ‘어떻게’ 라는 근거가 없어서 희망고문이고 막말로 웃어넘기기에 씁쓸하다. 

그동안 그토록 닮고 싶었던 선진국이 도리어 우리나라를 부러워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가 앞장서고 스포츠 분야에서 돋보이고 경제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었고, 국가시스템은 국가신용을 높이었다.

이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데, 여전히 경제문제를 부각시켜 시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후진적 공약들이 문화 열등감으로 느껴지는 것은 불편하다.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 자원을 가진 곳이 바로 우리 지역이다.

개발과 건설로 시민들을 현혹하지 말고, 제대로 우리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공약이 나와야 한다.

정치인은 힘센 사람 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문제는 경제력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다.

경제력을 앞세우면 더 많은 문제가 도출되게 마련이다.

소통과 화합은 권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문화는 인화이며 정서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우리 지역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이 안목을 높여야 한다.

중앙부처부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문화정책을 강화하길 간곡히 바란다.

특히 우리 지역은 매우 선진적인 역사관과 실천력이 뛰어난 반면, 정치적으로 패퇴하여 부정적인 지역 인식이 깔려 있다.

이제는 긍정적 인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뛰는 지역 정치인 중에 봄날처럼 희망적인, 꽃과 같이 환한 정치인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김현조 전북시인협회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