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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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선거 때만 되면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도 공천의 불공정성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한다.

공천 잡음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공천개혁을 위해 ‘공천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공천과정은 정치적 영역이며 실질적으로 다른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가 아닌 한 당헌이나 당규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거의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만큼 공천에 대해서는 정당에 재량의 여지가 많으며 일단 공천이 결정된 후에는 사법부까지 가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고, 재심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당 최고위원회까지 올라간다.

그럼에도 공정성에 관한 시비는 계속되고 있으며 일반 국민 역시 정당의 공천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천이 워낙 정치적 행위이고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공천심사단계에서부터 불공정 시비가 발생한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공천심사 기준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가장 일반적인 예로 같은 전과라 하더라도 어떤 후보는 이 전과로 인해 컷오프 되고 어떤 후보는 그럼에도 심사를 통과한다.

어떤 후보의 전과는 과거 공천과정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여 심사를 통과했는데 이번에는 동일한 전과를 이유로 컷오프 시킨 사례도 있다.

지방의회의원의 경우에는 의정활동을 아무리 우수하게 했어도 지역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과 관계가 좋지 않으면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자당의 대통령후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뛴 후보보다는 당협위원장 가족 경조사에 매달리며 눈도장을 찍기에 바빴던 사람을 내천한 경우도 있다.

경선과정에서도 불공정 시비는 계속된다.

마을회관에 권리당원을 불러 모아 대가를 지급하며 직접 특정후보에게 투표하는가 하면 휴대폰을 수거한 후 일괄적으로 대리 투표를 하는 경우도 있다.

명백한 불법이지만 공익제보를 받지 않고는 사실상 찾아내기 힘들다.

찾아내더라도 경선결과를 쉽게 뒤집으려고 하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휴대폰 요금 수령지를 임의적으로 옮기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으로 착신하는 경우도 많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가 이러한 문제를 제기해도 어떤 후보의 재심은 받아주는가 하면 어떤 후보의 재심은 기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쯤 되면 공천에 대한 공정성 훼손을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

정당 내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입법적으로라도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일명 공천 공정화법 제정 필요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직선거법이 있기는 하지만 정당의 공천과정에는 거의 적용하지 못한다.

고소 또는 고발을 하더라도 정당 내부에서의 자료를 입수할 수 없기 때문에 명확하게 죄가 되는 경우 외에는 처벌할 수도 없다.

바로 공천공정화법이 필요한 이유다.

재심위원회나 최고위원회는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재심의 수용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공정성을 담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위원회의 구성 단계에서부터 공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구성단계에서부터 정치적 입김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재심과 재심에 대한 재심을 하더라도 공정한 공천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권을 폐지하는 것도 공천개혁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당공천권 폐지를 통해 지역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의 공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해야 한다.

정말 능력이 뛰어나거나 지역의 주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초의원에 출마해 당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다.

정당의 공천심사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당의 재량을 입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천은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공정한 공천은 민주주의를 완성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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