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작년 국회에서 한참 예산심사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전북의 한 군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예산 때문에 국회에 왔는데 시간이 되면 필자가 있는 마포에서 점심식사라도 하자는 것이었다.

예산 때문에 국회와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예산을 부탁하러 왔다고 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 군수의 말을 듣다보니 말이 군수지 사실은 거의 영업하는 비즈니스맨과 다를 바 없었다.

예산을 따기 위해 매년 국회와 중앙부처 공무원을 찾는 것이 수차례는 된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 단체장도 예산을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를 찾기는 하지만 의례적으로 한 번 정도 들른 다음에는 실무자를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단체장이라고 자신은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만을 만나고 국장이나 과장 정도를 보내 담당실무 공무원을 만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군수는 달랐다.

중앙부처의 실무 담당자라도 자신이 직접 만나서 설명을 한다.

사실 단체장이 직접 담당자를 찾아가 설명하면 안 되는 예산도 되고, 예산도 대폭 증액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군 예산의 확보를 위해 모든 인맥을 총 동원하는 것도 중앙부처 담당자 정도만 설득하는 여느 단체장과는 다르다.

또한 군수의 차 트렁크에는 지역의 특산물이 가득 실려 있다.

물건을 팔러 다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싣고 다니다 누구를 만나든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며 먹어 보라고 권한다.

많은 단체장들을 만나봤지만 이 역시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도 그 군수로부터 특산물인 천마를 선물 받아 먹어본 후 주기적으로 천마를 직접 구입해 먹기도 하고 종종 선물을 하고 있다.

군수의 영업이 효과를 본 것이다.

이런 사례가 비단 필자뿐일까? 필자는 그 군수에게서 목민의 모습을 떠올렸다.

목민(牧民)의 사전적 정의는 ‘백성을 다스려 기른다’는 의미다.

목민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국민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잘 살게 하려면 단체장은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하나의 기업을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지역주민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팔아가며 영업해야 한다.

기업경영의 최고 목표는 최대 이익의 창출이다.

단체장은 경영자로서 지역주민의 최대 이익을 창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목민의 정신은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요한복음의 해당 구절을 요약하면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베드로에게 나타나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물으시고 베드로가 “사랑한다”고 하자 예수께서는 “내 양을 먹이라”라고 말씀하신다.

성경에서의 ‘양을 먹이라’는 문구를 한자로 옮기면 목양(牧羊)이다.

성경에서는 대상이 양일뿐이지만 다산(茶山)이 살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목민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도 먹여야 하듯 주민도 마찬가지다.

잘 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 특히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회의원은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을 섬기는 사람들이다.

지위는 낮아도 목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오히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보다 더 무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목양과 목민의 정신으로 자치단체를 경영할 수 있는 목민관이 선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국민이 목민에게 부여한 것은 권력이 아닌 책무라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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