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이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 서로가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아주 감명 깊게 읽은 안도현 작가의 ‘언어’라는 책의 일부다.

이 책은 일명 어른들의 동화로 잘 알려져 있다.

읽다보면 나이가 든 사람들도 어린 아이가 동화를 읽는 것처럼 빠져들고 동화와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정치인이나 선거에 나선 대부분의 후보들은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 하지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과 같은 배경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꽃이 되려고 하지 꽃을 아름답게 하는 초록색 잎과 땅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떼처럼 서로의 배경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은 어떻게 하든 다른 정치인들보다 한 번 더 조명을 받고 싶어 한다.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한다.

때로는 튀어보려고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할 때가 많다.

정치인들의 그런 노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어떻겠는가?  어느 국회의원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끼리 기자나 시민단체 등과 종종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한 토론을 즐겨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다음에는 이 모임이 없어졌다고 한다.

국회의원에 당선 된 후 처음에는 몇 번 모이기는 했지만 국회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만 말하다가 모임을 끝내버리는 경우가 반복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임을 기피했다고 한다.

배지를 달고 나니 이제 남의 배경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드러나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당선되는 순간 이미 자신은 배경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심지어는 이상하리만큼 정치인들은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는데 별로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어디에서나 자신이 치켜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지적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해서인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그 사람을 빛나게 해준다면 스스로 빛나려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빛나게 해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배경이 된다면 오히려 더 빛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의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들 역시 그 지역의 정치인이다.

지역 주민의 배경이 되어 그들을 빛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최소한의 책무다.

이러한 책무는 헌법에도 법률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이러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법은 당연한 것을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한 만큼 힘든 일인가 보다.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들 때문에 지역주민이 빛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어쩌면 지극히 이상적인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 욕심을 내보고 싶다.

그런 후보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주민의 배경이 되어줄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우리를 빛내기 위해 배경이 되어주는 후보라면 기꺼이 그 후보에 투표하고 그 후보의 배경이 되어주자.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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